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7년이 저물고 2018년 무술(戊戌)년을 맞이했다.
새해가 되면 모든 사람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준비하는 사람, 기존 직장에서 새로운 직장으로의 이직을 꿈꾸는 이들, 조직을 떠나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이처럼 새롭게 자신만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이들 중에는 의료인들도 있을 터.
메디칼타임즈는 신년을 맞이해 설렘과 긴장을 안고 의료계에 첫 발을 딛는 새내기들의 기대와 고민을 들어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동시에 이들에게 '생존의 팁'을 전해줄 수 있는 강호 고수들의 이야기까지.
그 첫 번째로 오는 3월부터 비뇨의학과 전공의를 시작하게 될 고려대 안암병원 진현중 인턴(25세)과 사수를 맡을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치프(Chief)인 윤성구 전공의(29세)를 만나봤다.
지금부터 남자들끼리 갖는 두텁고 친밀한 관계를 뜻하는 브로맨스(bromance)가 생각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보고 지인들이 바보래요."
진현중 인턴: 학생 때부터 외과계열에 관심이 있어 전공과목 선택에 고민이 많았어요. 비뇨의학과는 수술의 정도가 작은 수술부터 큰 수술 다양한 것이 장점이거든요. 수술자체도 로봇수술에서부터 내시경 수술까지 최신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전공과목이기에 고민 끝에 비뇨의학과를 결정하게 됐어요.
윤성구 전공의: 맞아. 올해 나도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환자를 보면 비뇨의학과가 상당히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 솔직히 비뇨의학과가 남성이 치중된 학문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극히 일부분이야.
진현중 인턴: 그런데 전공의 지원 당시 지인들이 '아깝게 왜 그러냐'면서 저보고 바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주변을 의식하면 하고 싶은 것을 못하니까 소신대로 비뇨의학과를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윤성구 전공의: 주변에서 하는 말들은 비뇨의학과를 잘 몰라서 하는 것 같아. 솔직히 나도 비뇨의학과를 지원할 때 가족과 친구들이 차라리 군대를 먼저 갔다 오라고까지 했었어. 그러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시야가 넓어지니 그 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지만 비뇨의학과라는 학문 자체가 재밌었고, 장기적으로 고령화 사회에서는 유망해질 전문과목이라고 생각했거든. 솔직히 인턴을 돌면서 해당 전문 과목을 알 수가 없어. 그런데 비뇨의학과는 처음부터 달랐었어. 그래서 비뇨의학과를 지원하겠다고 결심했는데, 그 당시 소문이 나니까 다른 대형 대학병원까지 나한테 전공의 지원을 권유하기도 했었어. 워낙 비뇨의학과 전공의가 귀한 존재이기도 하잖아.
"일만 시킨다? 공부를 많이 시켜서 걱정"
진현중 인턴: 전공의를 시작하면서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삼시세끼 잘 먹는 것이에요. 오프를 많이 받고 싶은 것은 작은 소망이랄까요(웃음). 솔직히 일이 많은 것은 좋은데, 조급하게 무언가를 요구하면 그것이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윤성구 전공의: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모든 것을 빠르게 완벽하게 하는 것 보다 느려도 꼼꼼히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것을 교수님들은 원하는 것 같아.
물론 1년차가 새롭게 들어오니까 기대하는 것이 있지만 들어오자마자 완벽히 해내는 것 보다는 조금씩 배워가는 것이 옳은 거야.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인데 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을 교수님들은 원해. 솔직히 공부를 너무 많이 시켜서 걱정이 되지 않을까?
진현중 인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나요?
윤성구 전공의: 흠. 발표를 많이 시키는 것이 특성이야. 기회가 되면 미국이나 유럽학회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 나도 지난해 교수님들과 미국학회에 가서 발표하는 기회도 있었는데 돌이켜 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진현중 인턴: 당연히 영어로 하는 거겠죠? 큰일 났네요.
윤성구 전공의: 대본은 완벽하게 준비해야해(웃음). 그래도 운이 좋아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야해. 우리는 수재가 들어온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다고.(참고로 진현중 인턴은 과학고를 2년 조기졸업하고 의대 6년을 마쳐 인턴생활을 고대 안암병원에서 하고 있다.)
"후임 전공의 안 들어오면…"
진현중 인턴: 솔직히 걱정인 것이 2년 뒤가 걱정이에요. 후임 연차가 오지 않으면 현재의 병동 운영 시스템이 지켜지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참고로 안암병원 비뇨의학과에는 현재 3년차 전공의 2명이다.)
윤성구 전공의: 사실 후임 연차가 이렇게 들어오지 않을 줄은 몰랐어. 하지만 괜찮아.
네가 없어도 병동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졌어. 혹여나 환자가 많아서 진료하는데 시간이 느려지기는 하겠지만,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을 거야. 장기적으로는 미국처럼 혼자 공부하고 논문 쓰는 시스템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야.
진현중 인턴: 그래도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2년 뒤에 선배님들이 나갔는데 저 혼자이면 어떡하나 해서요.
윤성구 전공의: 물론 사람이 많을수록 좋겠지만, 네가 교수가 꿈이라면 멀리 보면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아. 솔직히 프라이드를 가졌으면 좋겠어. 너 아니면 아무도 못하는 것이라고. 환자 소변줄을 넣을 수 있는 1년차 전공의는 이 성북구에 너 밖에 없는 거야.
진현중 인턴: 그러면 제가 전공의를 시작하면서 숙지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윤성구 전공의: 예전에 1년차 전공의는 100일 당직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졌어. 우리가 너를 100일 정도 봐줘야 해. '백당'이라고 하는데 네가 당직을 서면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없으니까 온콜 형태로 봐주려고 해.
그런데 꼭 알아야 하는 것은 모르면 항상 노티를 해야 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노티를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 거야. 만약 네가 당직을 서다 모르는데 잘 해결 됐다고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큰 사고가 터질 수 있거든. 모르면 무조건 전화해 물론 새벽에 전화하면 툴툴댈 수는 있는데 그건 좀 이해해줘(웃음).
진현중 인턴: 맞아요. 1년차가 모든 걸 하다보면 사고가 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윤성구 전공의: 한명의 실수로는 사고가 나진 않아. 너를 우리가 보고 펠로우, 교수님들, 마지막으로 과장님이 보니까 프라이드를 갖고 임해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