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개원가

|칼럼|"적응증이 된다면 필요한 검사를 꼭 해라"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8-01-03 12:14:37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38)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38)

모든 의사는 명의가 되고 싶다. 어떤 의사가 명의가 되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많은 환자를 보고, 치료하고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명의가 된다. 절대로 하루아침에 명의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의대를 졸업한 것이 1989년이니까 의사가 된 지 28년이 되어서 깨달은 것은 '검사를 많이 하면 명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훌륭한 명의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 맥만 짚고, 얼굴만 보고도 진단을 할 수 있어야겠지만 그것은 절대로 쉽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일상(routine)으로 하는 검사에서 걸러지는 것이 좋다.

그래서 환자가 왔을 때 적응증만 된다면, 그리고 검사를 받게 할 수 있는 설득력과 시설만 된다면 되도록 많은 검사를 해 진단이 나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왜 사람들이 종합병원을 찾아갈까? 개인의원을 다니면 돈도 별로 안 들고, 종합병원에 가면 검사비가 많이 드는데도 종합병원을 찾아가는 이유가 뭘까? 종합병원에 가면 정말로 많은 검사를 하고, 절대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검사까지도 한다. 그러면 뭔가 진단이 나온다.
그래서 종합병원 의사는 할 수 있는 검사를 왜 개인의원 의사는 못 했냐고 따지기도 한다.

개인 병원 의사 중에도 명의가 많다. 하지만 개인병원에서 검사를 하자고 하면 일단 환자가 거부를 하는 경우도 많고 건강보험공단에서 개인의원에서 하는 비싼 검사는 삭감하는 경우도 많아서 개인 의원에서 검사를 많이 못 하는 경우도 꽤 된다. 종합병원에서 CT나 MRI 같은 비싼 검사를 하자고 하면 환자는 거의 거절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종합병원에 의사는 명의가 되고 개인의원에 있는 의사는 돌팔이가 되어 버린다.

즉, 명의가 되고 돌팔이가 되는 이유는 검사의 종류와 비용에 있다.

개인 의원에 있는 의사가 무조건 종합병원에 환자를 뺏겨야 하는가? 개인의원은 환자의 집에서 가깝고, 자주 방문할 수 있고, 저렴하게 진료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환자와 관계가 잘 형성 되었고, 의사에게 신뢰가 있다면, 그리고 증상에 대한 적응증이 된다면 환자를 설득해서 필요한 검사를 많이 해야 한다. 물론 검사를 할 때 비용 효과(cost effectiveness)가 있고, 환자가 감당할 만큼의 검사여야 한다.

환자가 생각했을 때 필요한 검사가 아닌 것처럼 느끼는데 의사가 검사를 권유하거나, 갈 때마다 검사를 너무 많이 한다고 느끼거나, 검사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면 그 병원은 비싸다는 소문이 나서 환자가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검사를 너무 안 해서 진단이 정확하지 않거나 다른 병원에서 다른 진단을 받아오는 일이 잦아지면 그 병원은 환자를 잘 못 본다는 소문이 나게 된다. 그래서 명의가 될 만큼의 '적당'한 선에서 검사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장 좋은 것은 검사를 적게 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효율적으로 검사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가 명의가 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방법은 필요한 검사를 받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어떤 검사는 비싼데도 환자가 비싸다고 느끼지 않을 수가 있고, 어떤 검사는 꼭 필요하고 싼 데도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 그것은 환자의 마음이 결정 하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느끼는 검사의 필요성이 중요하고, 그것을 설득시킬 수 있는 설명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의사 자신이 실력이 있고, 이 검사를 해야 한다고 환자에게 설득을 해도 환자가 하지 않겠다고 하면 절대로 검사는 할 수가 없고, 진단은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질염 환자가 왔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산부인과 의사라면 질의 분비물을 보고 거기에 맞는 적당한 항생제를 쓸 수 있다. 처음에는 주증상에 대한 항생제를 처방했다가 안 나으면 다른 항생제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를 잘 설득할 수 있다면 STD PCR검사를 해 그 환자의 질염 원인균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균에 대한 항생제를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클라미디아나 임질로 인한 골반염이나 난소난관 농양까지 가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다. 나아가 불임을 예방할 수도 있다. 환자가 강하게 STD PCR검사를 거부하면 그냥 광범위한(Broad spectrum) 항생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의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를 하고 싶은데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환자 주머니에서 돈이 지불돼야 한다. 그래서 환자를 잘 치료하는 명의가 되려면 환자에게 신뢰를 얻고, 환자를 설득해서 검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즉 환자를 설득할 수 있는 말 재주가 명의가 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비교'나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좋다.

일례로 "질염이나 골반염을 치료해야 하는데 검사 없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2만5000원 정도 드는데 STD PCR검사를 하고 나서 정확한 원인균을 파악한 후 정확하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묻고 환자가 선택하게 한다.

만약 환자가 STD PCR검사를 거절하면 그때는 "제가 생각했을 때 경험상 가장 적당한 항생제를 먼저 써 본 후 그래도 증상 개선이 없으면 그 다음에 STD PCR검사를 해서 본인만 치료를 할 것인지, 남편도 치료가 필요한지, 몇 일간 항생제를 복용하면 좋은지, 혹시 그 균이 골반염이나 불임의 원인이 되는 균은 아닌지 검사 하겠습니다"라고 설명 한다.

검사가 결국 환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설명 하면 환자는 기꺼이 검사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즉 검사가 필요한 이유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를 납득시키면 검사를 받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명의가 되려면 환자와 소통해야 하고,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설명을 해서 환자가 검사에 동의할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 그 단계를 거쳐야 환자가 검사를 하게 되고 그러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게 되고, 명의가 될 수 있다. 환자를 설득하는 것이 모든 치료의 첫 번째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