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평가가 끝나자 마자 또 다시 2주기 의료기관인증 재평가와 3주기 평가인증 준비가 시작되면서 의료기관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JCI인증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몰려있는 상황. 이로 인해 언제쯤 이러한 평가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하소연이 새어나오는 모습이다.
A대학병원 병원장은 22일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로 녹초가 된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전에 또 다시 병원 평가 시즌이 시작돼 직원들 얼굴 보기가 미안할 정도"라며 "보직자들도 연이은 평가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사실상 주무 부서들은 언제 제시간에 퇴근했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지쳐있다"며 "언제쯤 이러한 평가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다수 상급종합병원들을 비롯해 대학병원과 병원들은 또 다시 의료기관평가인증의 악몽이 시작됐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2주기 인증을 받은 병원 중 일부가 재평가 시즌에 들어간데다 3주기 평가에 대한 준비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따르면 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은 모두 478개 항목의 조사를 받게 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감염관리와 위험관리, 청소, 소독기준 등 안전관리에 대한 항목이 대폭 추가된 상황.
의료 질과 환자안전 분야 평가하는 별도 인증기준이 추가되면서 병원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져있는 상태다.
B대학병원 간호부원장은 "계속해서 변경되는 평가 기준을 숙지하고 이에 맞춰 세분화된 항목들을 정리하는데만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며 "사실상 보면 같은 내용인데 평가별로 이를 다시 정리해야 하니 능률이 극도로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매년 평가 시즌이 되면 사직하는 간호사수가 급증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며 "중복되는 평가 항목을 정리해 부담을 덜어준다 하더니 대체 언제 그렇게 해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일부 병원은 JCI인증과 상급종합병원평가, 의료기관인증평가 주기가 겹치면서 더욱 더 극심한 과부하가 걸려있다.
접점 부서뿐 아니라 사실상 전 직원이 새해부터 야근 체제에 들어가 있는 상황. 오전에는 병원 업무를 진행하고 퇴근시간 이후 평가 준비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C대학병원 간호본부장은 "평가를 위한 업무가 쌓여있지만 근무 시간에 이를 준비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결국 업무는 업무대로 다 수행하고 초과근무를 통해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한 "정말 이러다가는 직원들 전부 실려나가야 끝날 분위기"라며 "병원일 하다가 병원에서 죽겠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괜히 나왔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로 인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아예 평가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간호사 등 직원 채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평가 준비를 시킬 수 없는 배경이 숨어있다.
D병원 병원장은 "잠시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생각했었지만 이미 마음을 접은지 오래"라며 "있는 간화들 지키기도 바쁜데 평가 업무까지 주면 남아있을 간호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에서는 병원평가에 병원급 참여가 저조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정말 모르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런 무지막지한 로딩이 걸리는 사업에 손댈 수 있는 병원이 몇이나 있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