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 채택을 위한 데드라인을 불과 하루 남겨놓은 가운데 내과에서 파격 제안이 나와 과연 막바지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과 개원가에 단기입원 병상을 일부 유지시키는 대신 일부 군 단위 병원에 만성질환 진료를 허용하는 제안을 내민 것. 내과가 영역을 양보한 대신 병원들도 상생 방안을 찾자는 취지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등 내과계 의사들은 28일 치열한 논의 끝에 일부 병원에 만성 질환 외래를 허용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29일 대한의사협회에 이같은 합의안을 제시하고 대한병원협회 등 병원계의 수용 결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내과 의사들이 마련한 안은 외과계 일차의료기관에 단기입원 병상을 허용하는 대신 일차의료 취약지 지역, 즉 군 단위 지역의 병원에 만성질환 등 일차 외래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일차의료기관을 비롯해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 적은 경기도 연천군 등 전국에서 취약지로 평가받는 의료기관 수 하위 10% 지역에 한해 병원급에서 일차의료기능까지 일부 담당하는 방식.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의 가장 큰 난제가 의원급 단기입원 병상 문제인 만큼 내과가 한발 양보해 외과와 병원의 갈등을 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더욱이 이같은 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의협과 병협이 한차례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의 합의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협의체 논의 당시 의협이 의원급 단기 병상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자 병협에서 의료취약지 등에서 병원도 만성질환을 볼 수 있도록 종별 구분을 없애자는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원급 병상은 외과계 일차의료기관의 영역이고 만성질환 등에 대한 외래 부분은 내과계 영역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이같은 안은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외과를 위해 내과가 희생해야 하는 구도는 직역간에 합의가 쉽지 않은 문제였던 이유다.
이로 인해 결국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내과계가 만성질환 외래 진료에 대해 일정 부분의 영역을 양보하면서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신 병원급에서 만성질환 외래를 볼 수 있는 지역에서 일차의료기관의 경영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논의가 진행됐던 내용인 만큼 병협이 이를 수용하면 곧바로 합의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원내과의사회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기관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내과에서 일부 희생을 각오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외과도 같은 일차의료기관이며 의료계의 한 식구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내과에서 일부 영역을 포기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던 만큼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며 "내과에서 큰 결심을 한 만큼 조속히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의협도 이러한 내과의 결정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 채택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내과에서 이같은 희생을 각오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30일 내에 반드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을 통과시킨다는 각오로 협회 차원에서도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