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9년까지 원인 규명 및 예방, 혁신형 진단 등 5개 사업 분야에 각 2000억원 규모로 '분산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향후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열렸다.
제약사와 연구기관, 진단 관련 업체들이 각 분야의 투자금 배분이 '기계적인 형평성'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며 개선을 촉구하자 정부도 예산 배정 변경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6일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양재엘타워에서 치매연구개발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고 치매연구개발사업 기획안 발표와 함께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정부의 치매연구개발사업 초안은 2029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치매 극복 기술 개발을 목표로 ▲원인 규명 및 예방 ▲혁신형 진단 ▲맞춤형 치료 ▲체감형 돌봄 ▲인프라 구축 각 분야에 2000억원 규모의 마중물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증상악화 지연으로 유병률 감소 및 사회적 비용 감소뿐 아니라 보건의료기술 고도화와 신약 기술 고도화 등 보건, 제약 분야에도 긍정적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는 목표지만 이날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투자금의 효율적 분배 문제.
원인 규명 및 예방 분야 세부 사업은 595개 과제에 걸쳐 2091억원을 투자하고 혁신형 진단 기술 세부사업에 288개 과제, 2109억원, 맞춤형 치료 기술에 407개 과제 2123억원, 체감형 돌봄 기술에 233개 과제 1931억원, 치매 인프라 구축에 30개 과제 2000억원을 설정됐다.
총 사업비 1조 1054억원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지만 5개 항목이 평균 2000억원의 사업비를 할당받으면서 사업 주체간 이견이 엇갈렸다.
김상은 분당서울대 교수는 "이번 사업은 선진국 대비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현재의 치매 연구비의 두배 이상되는 규모"라며 "전체 국가 R&D의 0.5%, 전체 보건의료 R&D의 7% 차지하는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 지표로서 혁신형 진단이나 실용화를 필요로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성과 지표로서 3% 이상 연구 생산성을 중요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연 단위로 배정된 연구비도 어느 정도 자율 재량에 맡겼으면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사업비 규모는 2000억씩 5개로 공평하게 나눈것 같은 느낌이 있다"며 "초기 단계는 그럴 수밖에 없지만 잘하는 곳에 더 투입하고, 그런식의 효율적 분배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고홍섭 서울대 치대 교수 역시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제안했다.
그는 "연구비가 정해지면 연구의 결과물은 결국 연구비를 크기를 어떻게 나눠 운영할지에 달린다"며 "효율성을 위해서는 작은 규모는 연구 그룹에 어떻게 자원을 배분하고 신진 연구자들에게 어떻게 부여할지 이런 결정이 결과물을 좌우한다"고 자원 분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약 물질의 줄기세포 관련 동물실험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의 단서를 발견해 최근 상승세를 탄 바이오기업 젬백스 역시 효율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치매 사업 성공하려면…효율적 투자+제도적 뒷받침
송형곤 젬백스엔카엘 대표는 "1조 1천억을 다섯 꼭지로 분배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치매 관리가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과연 예산을 정확히 1/5로 나눈게 맞을까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 참여 주체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렇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잘하는 쪽에 돈을 많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중요도에 따라 투자금을 분배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들이 기계적으로 각 전문과목별 병상을 분배하지 않는 것처럼 환자 수와 중증도, 투자 대비 결과물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 덧붙여 제약사의 개발 의욕을 북돋을 제도적 지원책도 촉구했다.
송형곤 대표는 "기계적인 분배 대신 중요도를 핵심으로 사업비 분배를 고려해 줬으면 한다"며 "(치매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획기적 의약품 및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 촉진법안의 조속한 통과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해당 법안은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치료 대안이 없는 질병에 대해 2상에서 월등한 효과 나오면 개발을 지원하고 조건부 허가 등을 허용해 환자가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며 "치료적 대안이 없는 환자를 위해 정부가 신경을 써서 입법을 촉진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68.9%의 치매진료 환자가 의원, 병원급에 몰려있지만 실제 임상이 진행되는 곳은 상급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임상이 어렵다"이라며 "중증도 이상 환자에 대한 임상을 위해 지역거점 병원에서 IRB를 통해 GCP(의약품의 임상시험 실시에 관한 기준)을 원용해 임상의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뇌질환, 치매치료제 개발업체 지엔티파마도 거들었다.
지엔티파마 조성익 연구이사는 "국가예산 치매사업 각 분야에 2천억원씩 쓰면서 획기적 의약품 개발 촉진법안에 여당이 반대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미국, 일본 등 의약선진국의 신약 개발촉진 사례를 참조하고, 전체적으로 위험도 등을 감안, 투자금의 경중을 반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경춘 과기정통부 생명기술 과장은 "지금 계획은 예비비 타당성 조사를 위한 것이지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며 "치매 사업에서 모든 분야가 중요하지만 선택과 집중, 투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 배정이) 바뀔 수 있으니 향후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