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찾아오는 리더십의 기회 거부하지 않기, 남자에게 개인적 가정사 이야기하지 않기….'
병원장, 의사회장 등 리더의 자리를 경험한 12명의 선배 여의사가 후배 여의사에게 당부하는 말들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상현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8일부터 한달여 동안 우리나라 여의사 중 대학병원, 의대, 정부 산하 기관에서 주요보직을 역임했거나 재직하고 있는 12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한 연구 결과를 대한의사협회지 최신호에 실었다.
해당 연구에는 한국여자의사회 김봉옥 회장을 비롯해 연세의대 병리학교실 홍순원 교수,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심층면접을 통해 리더 자리에 있는 여의사의 경험을 리더십의 자연스러운 도약기(의대 입학 전), 잠정적 휴식기(의대 시절), 비자발적 중단기(수련과정), 자발적 재도약기(전문의 자격 또는 박사학위 취득 후)로 나눴다.
연구진에 따르면 12명의 여의사 리더는 의대 입학 전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초·중·고 학창시절 내내 반장을 도맡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졌다는 특징이 있었다.
또 수련과정에는 결혼생활 시작과 함께 일과 가정생활 병행으로 적응해야 하는 시기라서 리더십 기회를 갖기 극히 어려웠다.
연구진은 여의사의 리더십 개발을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개인적-사회적-교육적 측면으로 나눠 분석했다.
개인적 측면의 기제는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 기회가 왔을 때 회피하지 말고 수용하기, 일과 가정의 균형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아버지와 친밀감을 쌓으며 자란 딸은 아버지로부터 사회적 관계나 처세술을 자연스럽게 배워 사회적 성공에 유리하다"며 "어릴 때부터 공부 중심의 교육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활동과 관심있는 주제에 대한 취미생활을 통해 직간접적인 사회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는 의료계 내 고위직 성비 불균형에 대한 사회적 또는 학문적 관심, 여의사에 대한 인식 변화, 보이지 않는 차별(유리천장) 없애기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봤다.
또 여성의사에게 남성처럼 충분한 경험을 하게 해 같은 리더십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멘토링은 여의사의 리더십 개발에 중요한 기제"라며 "본격적인 의사 사회화가 시작되는 의대에서부터 멘토링이 시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때 멘토는 여성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여성 멘토를 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공식적, 비공식적 네트워크는 정보교환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주기도 한다"며 "서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여의사들 간 네트워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명의 여의사 리더들은 후배 의사에게 ▲주변 사람을 챙기고, 도와주고, 소통하고, 배려하기 ▲작은 일에도 충실하기 ▲자연스럽게 도전하고 최선을 다해 말하기 ▲기회가 오면 받아들이기 ▲다양한 주제에 대해 독서, 자기계발과 지속적 학습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 이해하기 ▲사회 다양한 주제에 관심갖기 ▲뜻이 깊은 사람들과 네트워킹 하기 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