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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클라이언트도, 선배도"…'미투운동' 제약업계 확산되나

원종혁
발행날짜: 2018-03-08 06:00:53

얀센 여성 퇴사자 사내 전체메일로 폭로…사측 "진상조사 착수"

'퇴사메일: 여러분 꼭 좀 봐주세요.'

성추행을 고발하는 '미투(#MeToo)운동'이 대학가를 비롯한 문화 예술계, 정치계 등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다국적사 한국법인에서도 성추행 및 언어폭력과 관련한 잡음이 흘러나왔다.

만 7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해온 여직원이 퇴사메일을 통해 왜곡된 사내 성문화를 고백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해당 문제가 불거진 곳은 한국얀센이었다. 현재 얀센은 해당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진상파악에 착수한 상태다.

퇴사직원의 고백 메일은 얀센 글로벌 본사에까지 보고되는 한편, 문제가 불거진 당일 노사 긴급회동을 가진뒤 지난 월요일부터 법무팀 진상조사에 돌입했다.

메일에 가해자들의 실명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본인 및 일부 동료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성추행 및 언어폭력 사례 등이 상세히 적혀있다.

이를 테면, 부적절한 스킨십을 하는 양면성을 가진 병원 클라이언트부터 신체와 관련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사내 선배들의 언행 등을 지적했다.

특히 본인 이외에 다른 여직원들에도 비슷한 언어폭력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은 "저는 당장 내일 동종업계로 출근하기에, 이 좁은 업계에서 이런 행동이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도 "구태여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가해자를 지목하고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전히 회사 내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폭력에 대해 모두가 인지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얀센 내부적으로도 해당 사건을 쉬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미 과거 몇차례 사내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들에는 엄중처벌을 내린 바 있다.

얀센 내부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위 여하를 막론하고 엄중처벌이 가해진다. 관련 사건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라며 "현재 진상조사가 진행 중으로 직원들 사이에도 이번 사건으로 충격히 크다"고 말했다.

또 "백번의 성교육 프로그램보다 이러한 주변 사건들이 주는 경각심이 크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면서 "얀센은 성관련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엄격한 징계 잣대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그간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7년여간 영업부와 의학부 등을 두루 거친 해당 직원은, 현재 동종업계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