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성 정신분열증으로 경기도 A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20대 환자가 새벽 3시 화장실을 다녀오던 중 쓰러졌다.
이때 당직의료인은 간호사 한 명뿐이었다. 이 간호사는 환자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지 약 4분이 지나서야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법원은 의료진의 응급조치가 늦었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원형)는 최근 경기도 A정신병원에서 갑자기 쓰러져 급사한 환자 K씨의 유족이 병원과 사고 당시 당직 간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유지했다.
병원과 간호사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1억6464만원이다. 책임은 50%로 제한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다 병원 복도에서 쓰러진 K씨. 당직 간호사 B씨는 K씨의 주치의에게 보고하기 위해 간호사실로 갔다. 약 1분 20초 후 K씨는 보호사 2명의 부축을 받아 침대에 눕다가 K씨는 침대 옆 바닥에 쓰러졌다. 팔과 다리를 벌린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힘겹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다시 2분이 지났다. K씨는 입을 벌린 채 호흡을 하지 않았다. 당직 간호사는 K씨의 호흡이 멎고도 1분 40초가 지나서야 환자의 호흡과 맥박이 없고 청색증이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심정지가 예견된 때로부터 5분, 호흡이 멈춘 때로부터 3분이 지난 후에야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심폐소생술도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2분간 흉부압박하다가 15초 중단하고, 다시 10초를 압박하다가 46초 중단, 35초간 흉부 압박하다가 48초 중단, 36초 흉부압박하다가 1분 7초를 중단했다.
그렇게 10여분이 지났고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하지만 K씨 상택은 무호흡, 무맥박, 동공 확인 무반응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검 결과 원인불명 내인성 급사라고 판단했고 심장 부정맥으로 인한 급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심폐소생술을 하는 응급조치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봤다.
유족 측은 "간호사가 K씨의 호흡이 멎은 후에야 상태를 확인했고 무슨 이유로든 복도에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후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병원에 있던 유일한 의료인이었던 간호사는 환자가 쓰러진 것을 보고도 주치의에게 보고한다는 이유로 간호사실로 들어간 후 심정지가 보고된 4분 동안 별달리 환자 상태를 관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흉부압박을 중단할 때도 10초를 넘기지 않아야 하고 환자가 자발순환 회복할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환자가 쓰러졌을 때부터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했다면 환자를 심정지에 따른 호흡곤란으로 판단하거나 적어도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