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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신체접촉 불가피한 의사들, 미투에 무방비

박양명
발행날짜: 2018-03-30 12:00:55

의사회·학회 차원 윤리교육 필요성 제기…샤프롱 제도 관심 부각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체 접촉은 불가피한 문제인 만큼 의료계 내부에서 스스로 불미스러운 일을 차단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에 의료계도 예외가 아닌 데다 오히려 예상치 않은 상황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의 신체 접촉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의사회나 학회 차원에서 '성 관련'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실제로 충청남도의사회는 성 문제 관련 윤리교육을 연수교육에 별도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의사회 박상문 회장은 "의사는 다른 직업과는 다르게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신체 접촉이 많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며 "촉진은 진단을 위한 중요한 행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진료패턴을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과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연수평점을 받는 형태로 강의를 개설해야 할 것 같다"며 "진료 과정에서 관습적으로 이뤄졌던 부분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진료과 중에서도 최근 실제 환자의 미투 폭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게는 특히나 더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환자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대구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을 '제명'했다.

더불어 전공의 시험에 윤리문제 추가를 검토하는 등의 후속 대책 마련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전 회장은 "신경정신의학회가 선제적으로 대응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성 관련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할 정도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특히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의료윤리강령을 가장 먼저 만든 학회가 신경정신의학회"라며 "지난해 말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윤리강령 및 지침을 11년 만에 개정하면서 의료윤리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올해부터 의사들은 의료윤리와 의료법 등을 각 1시간씩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지난해 카데바(해부용 시체) SNS 인증 사진 논란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특별히 '성'이라는 분야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은 상황.

이 전 회장은 의사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샤프롱 제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샤프롱 제도는 환자와 다른 성별의 의사가 유방검진이나 부인과 검사, 직장검사, 도수치료 등을 할 때 환자와 동성의 간호사나 보호자가 동석해 환자를 안심시키고 성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 전 회장에 따르면 ▲검사, 치료, 상담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가 진행되는 경우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성적 대화, 시선, 질문 ▲격리되지 않은 탈의 공간과 진찰실로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을 때 환자는 성적 수치심을 갖는다.

이 전 회장은 "진료는 환자의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일대일 진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환자가 민감하다고 느낄 부위를 진료할 때는 제3자를 동반해야 한다. 환자에게 제3자 동반 여부에 대해서도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의 내용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검사에 동의한 내용, 신체 접촉이 필요한 진찰을 위해 3자 동석 여부를 물어본 기록을 차트에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원장은 샤프롱제도를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의료인을 보호해준다고 했다.

그는 "환자가 의료인을 고발하는 경우 기록을 통해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를 확인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