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자가 원할 경우 타 병원으로 전원을 시키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며 거부감을 내보이고 있다.
의학적 판단에 의거해 이뤄져야 할 전원 조치가 환자의 요구대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문제들이 생겨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전원 유무 판단은 환자의 상태와 적절한 치료 방법, 시기 등을 고려해 의사의 의학적 판단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공감하지만 이를 법안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은 환자가 원할 경우 전원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입원 환자의 전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응급상황시에 보호자의 동의없이 전원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조항들이 의료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전원 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으나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등의 조항들은 혼선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법안과 같이 의사의 판단과 권고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요청만으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도록 규정할 경우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또한 환자들의 무분별한 전원 요청으로 의사와 환자간에 신뢰가 저하될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굳이 이러한 조항을 넣어야 한다면 환자의 전원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의거해 이를 수용하거나 거절할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는 만약 이러한 법안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퇴원과 관련한 부분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원 조치를 통해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안이라면 마땅히 퇴원과 관련한 규정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협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치료가 모두 완료돼 퇴원을 권유해도 환자나 보호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퇴원을 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법 15조 1항에 의거해 진료거부 금지 조항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로 인해 사실상 환자가 원할때까지 무조건 입원을 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 의료현실"이라며 "실제로 응급한 환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퇴원과 관련한 근거 규정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