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예방요법을 두고, 전문 개발사 두 곳이 서로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지난 2월 자사 '트루바다'를 이용해 국내 HIV-1 감염 예방요법에 최초 적응증을 허가받은 것과 달리, GSK(비브 헬스케어)는 "감염군의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해 2차 감염 피해를 차단하는데 우선 목표를 둔다"는 입장이다.
아직은 국내 정서상 바이러스 노출전 예방요법을 당장 적용하기보다, 단계적 접근방식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길리어드가 에이즈 치료에 백본요법으로 사용되는 트루바다(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로 'HIV-1 노출 전 예방요법(PrEP)'에 허가범위를 넓히며 본격 행보에 나선데 따른다.
GSK는 다양한 환자군에서 검증된 돌루테그라비르 기반 요법(트리멕, 티비케이)에 강력한 항바이러스효과를 강조하며, 실제 2차 감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단계적 접근법을 내세웠다.
다만 여기서, 자사 기대주로 평가받는 장기지속형 주사제(2달 1회 주사) '카보테그라비르'가 트루바다의 예방요법(PrEP)을 겨냥해 2년 전부터 대규모 3상임상을 진행해오고 있다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예방을 위해 매일 먹어야 하는 트루바다와 달리, 두달 간격 주사제라는데 후발 주자로서도 충분한 승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루바다 비교, 장기지속형 주사제 예방요법 놓고 후기임상 단계 "결과 기대"
그럼에도 트루바다가 화학합성의약품으로 백신 이외 예방약 적응증을 가져간 것은 최초 사례로, 에이즈 예방요법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는 점은 무시못할 대목이다.
예방요법 허가 당시 신형식 대한에이즈학회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트루바다의 노출전 예방요법 도입 3년 차인 2015년, 신규 감염인 수가 2012년 대비 약 44% 감소한 것으로 확인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도 이번 적응증 승인을 계기로 HIV 검사, 조기 치료, 노출 후 예방요법, 남성포피제거술, 콘돔사용 등과 함께 HIV 예방법 중 하나로 정착되어 성관계로 인한 신규 HIV 감염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예방요법은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HIV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에이즈학회는 허가된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도 HIV-1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국내 HIV 노출 전 예방요법 권고안'을 작년 8월 발표하며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면 경쟁사인 GSK 에이즈 예방요법의 임상 진행상황은 어떨까.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 중인 카보테그라비르가, 2016년 11월 에이즈 고위험군의 예방요법(PrEP)을 겨냥한 대규모 3상임상에 착수한 상황이다. 여기서 카보테그라비르의 비교 대상이 트루바다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카보테그라비르 주사제는 통합 효소억제제로, 동성애 남성 환자군과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두 건의 3상임상은 미국 및 아시아, 아프리카 등 40개 이상의 지역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K 에이즈약 전문기업인 비브 헬스케어 선임 글로벌 메디컬디렉터인 안느믹 드 루이터 박사는 "1987년부터 환자를 진료한 임상의 입장에서도, 에이즈 감염 전파를 막는데 우선 목표는 감염 환자의 바이러스 활동을 최대한 억제해 2차 감염을 예방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에이즈 환자들은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낙인에 힘들어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차후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경우 에이즈 진단과 치료에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예방요법이 정착하는데엔 상당한 시간과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고위험군 발굴과 이들 모두에 무조건적인 예방전략을 짜는 것에는 상호보완적인 관리전략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