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의장단과 부회장 자리를 놓고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지면서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출신 대학과 단체, 지역별로 후보의 세가 집결되며 이합집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바람직한 경쟁구도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협 대의원회에 따르면 오는 22일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선출되는 제29대 의장 선거에는 이철호 현 대의원회 부의장, 주신구 대한평의사회 공동대표, 홍경표 전 광주광역시의사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4명을 뽑는 부의장 선거에도 김교웅(서울시의사회 의장), 김영준(경기도의사회 의장), 이상운(경기도의사회 대의원), 이원철(대한의학회 부회장), 임장배(광주시의사회 의장), 주승행(서울시의사회 전 의장)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
의장과 부의장 모두 상당한 경쟁을 펼치며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부의장에는 사실상 의학회의 지분이 있어 한자리가 이미 빠져버린다는 점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집 회장을 도울 부회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자리는 6개에 불과하지만 강대식(부산시의사회장), 박정율(의학회 부회장), 박홍준(서울시의사회장), 유태욱(가정의학과의사회장), 윤석완(서울시의사회 전 부회장), 이동욱(경기도의사회장), 이필수(전남의사회장), 이향애(성북구의사회장), 임현택(소청과의사회장), 좌훈정(일반과의사회 부회장) 등 10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부회장 선거도 마찬가지로 사실상 의학회의 지분이 있다는 점에서 남은 5개의 자리를 두고 9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감사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불과 몇기 전에만 해도 추대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4명의 자리를 놓고 김영완(의협 대의원회 부의장), 김영진(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 박성민(대구시의사회 전 회장), 이무화(부산시의사회 전 대의원회 의장), 이정근(경남의사회 전 부회장), 조경희(의학회 이사), 한동석(신경외과의사회장) 등 7명이 후보에 올랐다.
이처럼 의장을 넘어 부의장, 부회장, 심지어 감사 자리를 두고 유례없는 열띤 경쟁이 펼쳐지면서 후보들의 선거전도 의협회장 선거에 못지 않게 치열해 지고 있다.
과거 명예직과 같았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후보들은 출신 대학과 소속 단체, 지역 인맥들을 총 동원하고 다양한 공약과 비전을 내세우며 선거에 대비하고 있다.
A후보는 "이미 대의원 중에 라인이 닿는 사람들은 미팅을 진행하고 정 안되는 경우 전화로 지지를 호소했다"며 "지인의 지인을 연결해 가며 최대한 표를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일부 후보들은 이미 동문 차원에서 고정표를 확보한 상태"라며 "우선 이들은 선출이 된다는 가정을 세우고 남은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소속 단체와 지역에서도 자신들의 후보를 올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와 지역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한 방편이다.
B후보는 "당초 후보에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소속 단체 원로들이 우리 지분을 가져가야 한다고 설득해 후보로 나서게 됐다"며 "비슷한 사정으로 선거에 나선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같은 취지에서 지역별, 동문별, 단체별로 합종연횡도 이뤄지고 있다. 특정 의대와 지역이 자리를 독점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명분으로 이뤄지는 단체행동이다.
B후보는 "아무래도 서울권, 서울지역 주요 의대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는 만큼 지역과 일부 단체들간에는 물밑협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지역 출신 국회의원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은 취지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한과 책임에 무관하게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에 이처럼 관심을 쏟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바람직한 경쟁 구도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합집산과 선거전이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야 하는 상황에서 세력간 힘겨루기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대의원회 의장단을 지낸 C원장은 "선거라고는 하나 대학별로, 지역별로 지나치게 경쟁이 붙는 것은 의료계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부분은 아니다"며 "누가 더 책임감 있게 자신을 내려놓고 책무를 다할 수 있는지를 보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