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인 이유로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이 추가시험 신청을 거부 당하고 유급까지 당하자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의 성적처리 규정의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대학 측의 추가시험 신청 거부는 적법했다고 봤지만 유급 처분에 대한 절차는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최근 지난해 A의학전문대학원 본과 1학년이었던 H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추가시험신청거부처분 취소 및 유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각각에 대해 원고 패소,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H학생은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 안식일로 정하고 교인의 직장 사업 및 학교활동, 공공업무, 시험응시 등 세속적 행위를 금지하는 종교를 갖고 있는 교인이다.
이에따라 그는 지난해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 중 토요일에 시험이 있으면 교리에 따라 응시를 하지 않았다.
이후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이라며 추가시험 신청을 했다. 그렇게 신청한 과목이 해부학, 조직학, 생리학 등 총 15과목으로 각 교과목당 평균 56문항 정도였다.
A의전원 학사일정은 학기당 20주로 구성돼 있는데 블록단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블록수업은 교과목별로 1주 내지 5주 단위로 이뤄지며 월~금요일은 강의를 듣고 강의 후 학생이 수강한 교과목 시험을 실시한다.
본과 1학년은 토요일 시험 실시 횟수가 총 19회였고 본과 2학년은 3회의 시험과 1회의 임상술기시험, 본과 3학년은 1회의 임상술기시험을 토요일에 치렀다.
A의전원은 H학생의 사유가 부득이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추가시험을 보지 못한 H학생은 결국 F학점을 받았고 A의전원은 학칙에 따라 유급 처분을 했다.
이에 H학생은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에 대한 의므를 자의적으로 족게 해석해 추가시험 신청을 거부했고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급 처분을 하고도 H학생에게 문서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통보하지 않았고 출석부에 자신의 이름이 누락돼 있는 것을 보고 유급 처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법원은 H학생의 추가시험 신청을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봤지만 유급 처분에 대한 절차는 올바르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형평성이나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일부 희생해서라도 이를 허용할만큼 구성원 모두가 추가시험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일반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H학생이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떤 사정이나 이에 준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나 천재지변 같이 외부적, 우연적 일시적 사정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주관적이거나 내부적 사정은 공정한 시험관리를 위한 객관적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H학생의 추가시험 실시로 인해 들어가는 대학측의 부담도 고려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H학생은 총 15회의 교과목에 대한 추가시험을 신청했는데 A의전원이 H학생만을 위해 추가시험 문제를 다시 출제하면 각 교과목별로 평균 56문항 정도의 문제를 새로 출제해야 한다.
재판부는 "대학 측은 H학생에게 제공한 추가시험과 다른 학생이 치른 시험과의 난이도와 변별력을 균등하게 유지해야 할 별도의 부담도 지게된다"며 "추가시험 실시를 위해 인력 및 장비를 새로 준비하고 그로 인한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급 처분에 대한 절차는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의전원의 유급 처분은 처분 방식을 규정한 행정절차법 제24조를 위반해 이뤄진 것으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학교 전산망인 통합정보시스템의 학적기본사항관리에서 H학생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고 대학측은 주장하지만 H학생에게 학적 기본사항 관리를 열람하라고 통보한 사실조차도 없다"며 "유급 처분을 하면서 근거와 이유를 제시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