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문재인 케어 핵심인 예비급여 시행을 위해 전문 학회와 실무 논의를 폭넓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신임 회장은 문케어 반대와 예비급여 철폐를 내걸고 전문 학회에 개별 접촉 금지를 요청하고 있어 이번달 의-정 협의 성사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에 따르면, 예비급여 3600여 항목 검증을 위해 전문 학회와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앞서 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지난달 18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이번부터 전문 학회를 대상으로 예비급여 항목에 대한 검증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최대집 회장 당선인 의견을 존중해 예비급여 관련 전문 학회 개별 접촉을 자제해 왔으나, 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유보하고 정부와 대화를 제안하면서 급변했다.
손영래 과장은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지난달부터 전문 학회와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의료계 상황을 감안해 학회명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적잖은 학회가 예비급여 검증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계 내부에서도 내과계와 외과계 등 10여개 전문 학회가 복지부와 예비급여 논의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손영래 과장은 "학회들이 초기 논의 자체를 어려워했으나 막상 간담회를 하면서 부담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 예비급여 수가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급여와 급여 여부 그리고 예비급여 존치 여부 등 전문가 입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 같다"며 진행 상황을 전했다.
학회들은 일명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심사평가원의 엄격한 급여 기준과 무차별 삭감 개선을 강도높게 요구했다.
손영래 과장은 "예비급여 항목 존치 여부보다 급여기준과 삭감 사례를 중심으로 요구사항이 높았다. 복지부도 학회들과 간담회 이후 심사평가원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전문 학회 개별접촉 금지령을 내린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도 피력했다.
손영래 과장은 "학회가 예비급여 논의에 참석하는 것은 의료계 배신 행위가 아니다. 급여화가 필요한 항목과 비급여로 나둬야 할 항목 그리고 합의되지 않은 쟁점 항목 등을 함께 논의해 정리하는 것"이라면서 "의료계도 나쁘지 않다. 복지부가 생각하지 못했던 급여 및 비급여, 예비급여 항목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면서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학계는 말을 아끼면서 의-정 움직임을 주목하는 분위기이다.
모 전문 학회 이사장은 "예비급여 관련 학회 입장을 이미 복지부에 전달했다. 간담회 일정은 최대집 신임 집행부 입장을 감안해 조율 중"이라면서 "투쟁과 반대라는 강경 기조만으로 문케어를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성을 발휘하면 충분히 의료계 파이를 키우고 국민들과 함께 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복지부는 오는 6월말까지 전문학회와 예비급여 3600여개 항목의 검증 및 분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