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차를 맞은 김영란법. 의과대학 '스승의 날' 풍속도도 법 시행 전에 비해 상당한 변화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내 사은행사와 함께 각출한 돈으로 선물이나 꽃다발을 전달하던 분위기 대신 손편지가 등장했고, 이마저도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교수도 있었다.
14일 복수의 의대 교수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후 '스승의 날'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선물이나 선물을 받았다는 교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예 스승의 날이라는 사실조차도 잊고 있는 교수도 있었다.
지방 A국립대병원 내과 교수는 "스승의 날인지도 몰랐다"며 "김영란법 이후 의대 차원에서 어느정도까지 가능한지 관련 지침이 내려오고 하니 이제 교수들도 그런 기념일이 있다는 것 자체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한 대학은 지역에 있는 캠퍼스까지 돌며 교수 대상으로 김영란법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의대는 구성원에게 '스승의 날 선물 수수 허용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회람을 돌리기도 했다.
회람 내용을 보면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전공의가 교수에게 선물을 할 때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농수산물과 가공품은 10만원), 카네이션은 5만원까지 할 수 있다.
식사와 선물을 함께 제공하면 합해서 5만원까지 가능하고 카네이션과 선물을 함께 제공할 때도 5만원 안에서 할 수 있다.
갹출해서 선물을 할 때도 총합이 5만원까지다. 3명의 전공의가 각각 5만원씩 모아 교수 한 명에게 15만원 상당의 선물을 할 수 없다는 소리다.
지방 B사립대 병리과는 스승의 날 일주일 전 교수와 전공의가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교수는 자신들의 밥값은 따로 계산했다.
병리과 4년차 전공의는 "1만원 한도 내에 간식 등을 선물로 대신하고 특별히 사은회 같은 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밥값도 교수는 자신의 몫을 직접 냈다"고 귀띔했다.
지방 C사립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생들도 김영란법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라며 "6명의 학생이 스승의 날 인사를 오면서 카네이션 한 송이를 갖고 오면서도 오는 길에 주웠다며 제 교수실에 버려달라고 부탁하며 가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성은 없이 돈만 들인 선물이 사라져 김영란법이 참으로 좋다"면서도 "정성이 과다하게 들어간 선물이 가끔 들어오는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금액에 제한이 생기자 정성을 들인 대표적인 선물인 '손편지'로 대신하는 학생이 늘어났고 이 또한 받지 않겠다는 교수까지 있었다.
지방 D국립대 교수는 "학생들이 간혹 손글씨 가득한 카드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어서 수업시간에 미리 감정노동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며 "돈 들어가는 선물을 준비하는 것보다 감정노동이 더 힘든 일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