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가망 없는 말기 환자에게 죽음을 얘기를 해주지 않으면 먼저 물어볼 수도 없고 이별할 시간도 갖지 못한다. 의료계가 환자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법이 아닌 문화로 배려해 주길 바란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KoNIBP) 이윤성 원장(의사)은 29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를 대하는 의료인들의 자세를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이윤성 원장은 "죽음은 굉장히 사사로운 일이고, 사람마다 다르다. 법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의료계에 바라는 것은 사람이 생을 마김하는 단계에서 이별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기회를 줘야 한다. 환자에게는 그게 유일한 마지막 기회"라며 연명의료 중단 시 의사들의 배려를 당부했다.
28일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2만 4559명(남 8369명, 여 1만 6190명)으로 지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명의료 관련 시범수가 필수항목인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도 법 시행 전 59곳에서 법 시행 후 143곳으로 늘었다.
상급종합병원 42곳은 모두 윤리위원회를 등록했다.
종합병원은 26.2%(302곳 중 79곳), 병원은 0.3%(1467곳 중 5곳), 요양병원은 1.0%(1526곳 중 16곳) 등으로 중소병원들의 윤리위원회 참여율을 저조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총 7845건이다.
환자 가족 전원 합의가 2970건(37.9%)이 가장 많고, 이어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환자 의사 확인 2672건(34.1%), 환자가족 2인 이상 진술을 통한 의사 확인 2165건(27.6%),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한 환자 의사 확인 38건(0.5%) 순을 보였다.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환자 가족 전원 합의가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중소병원을 위한 공용윤리위원회는 지난 24일부터 운영 중이다.
고려대 구로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충북대병원, 전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부산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8곳이 지역 병원을 대신해 윤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윤성 원장은 "공용윤리위원회 설치 병원과 협약을 체결한 병원이 없어 연명의료 중단결정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공용윤리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관련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공용윤리위원회를 통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하면 요양병원은 7만원, 상급종합병원은 15만원 수준의 시범수가를 받을 수 있다.
배석한 김명희 사무총장(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은 "공용윤리위원회를 윤리위원회 설치가 어려운 병원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으로 국가가 지정하는 구조다. 복지부에서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내년도 13개를 추가 지정을 목표로 지역별 공용윤리위원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성 원장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 위반 시 의사 벌칙은 의료계의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환자 의사와 결정에 반해 연명의료 중단하는 경우 형사처벌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으로 의사들이 처벌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윤성 원장은 "의료계에 바라는 것은 의사들이 바쁘더라도 말기 환자에게 죽음을 알리는 것은 이별기회를 가질 마지막 기회"라면서 "환자들이 이별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법이 아닌 문화로 배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