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 저지로 출범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내부는 여유가 넘친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청와대 지침에 의해 움직여온 복지부의 조급함을 찾아보기 힘들다.
생존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관료조직이 권력 재편을 실감했다는 반증이다.
문정부 출범 초기 6개월 동안 복지부는 과거 구태를 고수했다.
보건의료 현안 진행 상황과 추진 정책 관련, 여당을 통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
청와대 지침에 길들여진 복지부는 여당의 강도 높은 지적 이후 당정청 정례회의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공유하는 모습으로 변화됐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원준(45) 보건의료 전문위원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는 야당 시절 당직자에서 출발해 보건복지 분야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 등 밑바닥부터 여당 전문위원까지 보건의료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매주 열리는 여당 수뇌부 조찬 회의에서 보건의료 이슈가 언급되고 공론화된 것도 수뇌부와 조원준 전문위원 간 신뢰를 반영했다는 시각이다.
정권을 창출한 당청 파워는 중앙부처 고위공무원과 산하기관장 인사권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66) 임명 이후 진행된 복지부와 산하기관 인사이다.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부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과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 심사평가원 김선민 기획이사와 허윤정 연구소장(아주의대 교수) 모두 사실상 '김용익 사단'이다.
또한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한 건강보험공단 강청희 급여이사에 이어 복지부 실장 출신인 이태한 상임감사 임명까지 복지부와 산하기관, 의료계 등을 들여다보고 정책 실효성을 진단할 수 있는 김용익 사단의 합법적 비선을 구축한 셈이다.
김용익 이사장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수제자인 청와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46)의 달라진 위상도 주목할 부분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에서 보건복지 정책을 총괄하고 인사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이진석 비서관의 파워는 상상 이상이다.
정가에서는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분야 당정청으로 조원준 전문위원과 김용익 이사장 그리고 이진석 비서관 등 3인방을 지칭한다.
여당 한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는 조원준과 김용익, 이진석 등 실질적인 당정청에 끌려가면서 눈치 보는 형국"이라면서 "박능후 장관이 7월로 임기 1년을 맞지만 여당 내에서 부처 장악력과 인사제도 개선, 보건정책 추진력 등 모든 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청와대의 심사평가원 심사체계 개편 회의도 당정청으로 불리는 3인방의 사전 조율을 거쳐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의학적 비급여 전면 급여화인 문케어 성패는 의료기관 비급여 발생 최소화에 있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건별 심사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건별 심사에서 기관별 심사로 전환해 의료기관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의사의 전문성을 상당부분 인정해야 문케어가 조기에 안착될 수 있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박능후 장관이 아니라 이진석 비서관과 김용익 이사장이 복지부 간부진과 기관장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면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김승택 심평원장이 청와대 회의 이후 곧바로 TF팀을 구성해 심사체계 개선에 돌입한 것도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이 무엇인지 안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6·13 지방 선거 결과가 여당 대승리로 귀결될 경우, 하반기 복지부 인사 조치와 함께 보건의료 정책 수정 등 당청의 고강도 개혁 조치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