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김OO씨는 임종기에 무의미한 의료를 이어가는 게 싫어 평소 자신이 다니던 서울대병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지만 결국 심폐소생에 기관삽관까지 한 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2주째다.
무슨 이유일까? 김씨의 건강이 악화돼 입원한 요양병원은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 그가 작성해 둔 연명의료의향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종양내과)는 8일 의료질향상학회 '연명의료법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례를 통해 연명의료법의 허와 실을 꼬집었다.
그는 "해당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음에도 그가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그의 의향을 확인할 수 없어 결국 기관삽관까지해서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오게됐다"면서 "이게 연명의료법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법적으로는 그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지만 가족들의 만류로 무의미한 의료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허 교수가 공개한 서울대병원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총 사망자 수는 103명으로 이중 본인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건수는 17건(16.5%)에 그쳤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단 한건에 불과했다.
그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반대하는 이들은 90%에 달하는데 법정서식을 작성하는 비율은 10~20%에 그친다"라면서 "그 이유는 법을 이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명의료정보 처리시스템을 통해 내원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전체 병원의 142곳(4.3%)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상급종합병원이 41곳, 종합병원 79곳, 병원 5곳, 요양병원 16곳으로 대형병원에 몰려있어 요양병원이나 병원에선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있는 셈이다.
허 교수는 "세계 어디에도 의료기관 윤리위원회를 의무화하지 않는다. 제도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서 이행이 어렵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환자의 '자기결정권' 중심으로만 접근하다보니 이상한 법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반윤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사무관은 "법 취지와 달리 돌아가고 있어 의료계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점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의료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개선할 예정이지만 즉각 반영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범수가를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 8월 까지 수가 수준은 적정한지 등 의료진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계속해서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