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환자에게 결핵약을 처방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 법원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핵예방법을 앞세우며 결핵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한적이라는 병원 측의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결핵 치료를 받다가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경기도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의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양 측은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환자 K씨는 20대에 A대학병원에서 결핵 진단을 받고 항결핵제 치료를 받았는데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이 생겼다.
의료진은 결핵약 처방과 중단, 교체 등의 과정을 반복했지만 A씨의 부작용은 점차 심화, 병원균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에까지 감염돼 결핵 치료 1년 여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 측은 약 처방 과정에서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병원 측은 결핵예방법을 앞세워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결핵약 처방 후 피부발진 등의 증상이 약 때문이며 또 발생할 수 있음을 환자에게 설명했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결핵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치료 비순응 환자로 분리해 의사가 간호사가 보건소에 통보해야 한다"며 "직접 복약 확인 치료 등을 실시한 후에도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거나 순응하지 않는다면 입원명령을 하게 되고, 이를 거부하면 격리치료를 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결핵제 복용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상당 부분 제한적"이라며 "결핵 환자가 의사에게 약제 부작용에 대한 올바른 설명을 듣지 못했더라도 결핵약 복용에 동의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결핵환자라도 설명을 충분히 해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핵 환자가 의사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면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환자의 의견을 개진해 세세한 상황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자 선택권을 위해 의료진은 ▲결핵약 부작용은 어떤지 ▲부작용이 생겼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치료 과정에서 투약 중단 가능성 및 재투약 필요성 ▲다른 병원으로 전원 가능성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핵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라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