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주80시간은 산술적으로 지킬 수 없는 제도다. 흉부외과 특성상 비현실적이다."
지난 14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를 맞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동관 교수(흉부외과 과장)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과 관련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가 구구절절 밝힌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의 실태는 이렇다. 흉부외과 환자는 크게 수술장과 중환자실, 병동 등을 거쳐 퇴원한다. 이때 중환자실만 소아심장중환자실, 성인중환자실, 폐·식도 중환자실 등 3곳으로 나뉘고 병동 또한 3개 영역으로 구분해 입원한다.
즉, 수술장 이외 각각의 중환자실, 병동에 투입해야할 전공의가 많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수술장에 3명, 각 중환자실 마다 한명씩 총 3명, 각 병동마다 한명씩 총 3명을 배치하면 9명의 전공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에 당직근무까지 합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원칙적으로 중환자실 3곳과 병동 3곳, 응급실에 각각 한명씩 당직을 서게 하려면 총 7명의 전공의가 근무를 해야하지만 전공의 주80시간에 맞추려면 도저히 전공의 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흉부외과 전공의가 총 10명인 서울아산병원도 다른 대학병원처럼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11명의 펠로우로 간신히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도 마찬가지다.
서울성모병원 송현 교수(진료부원장)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흉부외과라는 과 특성상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라면서 "생사가 오락가락 하는 환자를 두고 갈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연간 실시하는 심장수술 건수는 약 1만건. 폐 관련 수술은 2만건으로 총 3만여건을 수술한다. 연간 3만 6천건 수술한다고 치면 하루에 약 100건의 수술할 인력이 필요한 셈이다.
다시 말해 한 년차에 전공의 25명씩 있다고 치면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매일 한건씩 수술에 참여해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송 교수는 "흉부외과는 산술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전공의 지원율이 낮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김동관 교수는 "그나마 펠로우가 이어 돌아가고 있지만 펠로우들의 업무가 상당히 과중해 걱정"이라면서 "전공의 주80시간을 맞추면서 펠로우의 적정한 근무 시간을 유지하려면 펠로우를 22명까지 늘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펠로우마저 없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누구나 대체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대책없이 정책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