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학병원들도 분주하게 이에 대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력 채용과 근무시간 조정 등을 두고 병원별로 극단적인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A대학병원 보직자는 19일 "일부에서는 간호직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3교대 간호사의 경우 대부분 52시간 안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며 "문제는 의료기사직과 일부 행정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들의 근무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추려면 추가 인력이 필요한데 지금 그 정도의 여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인건비 비중이 이미 감당 못할 수준인데 추가 채용이 가당키나 하겠냐"고 털어놨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기업은 기존 주 68시간이던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축소된다.
대부분이 300명 이상 근무중인 대학병원들은 이에 맞춰 근무시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의료수익 감소로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숨을 자아내고 있는 상태다.
A대병원 보직자는 "이미 인건비 비중이 60%에 육박해 희망퇴직 등 조정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력을 채용해야 할지 답답하다"며 "현재로서 믿을 것은 노조와의 협의 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대학병원들은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근무시간 조정을 추진중에 있는 상태다. 보건업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은 특례업종으로 규정돼 노사합의가 이뤄질 경우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재로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의료기관 노조의 중심격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노사합의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이유다.
결국 초과근무시간 보장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노사합의를 이끌어 내야하는 병원과 이에 반발하는 노조간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병원들이 이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형병원을 비롯해 일부 대학병원들은 이미 준비를 끝낸 곳도 많다.
추가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근무 시간을 조정해 이미 52시간 근무체제를 사전 점검중인 곳도 있는 상황.
B대형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B병원은 이미 내부적으로 52시간 근무를 위한 조치를 마치고 수개월전부터 이에 맞춰 근무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B병원 관계자는 "그룹사 지시에 따라 이미 수개월전부터 52시간 근무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현재 그 스케줄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해 놓은 상황"이라며 "당직 등 대부분의 시스템을 변경했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C대학병원은 가장 문제가 되는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직과 행정직에 대한 대대적인 채용에 들어간 상태다. 채용인원이 70여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 인원으로는 상당한 수준.
C병원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에 맞춰 근로조건 개선과 직원 권익 보호를 위해 대규모 채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