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가 첫 도입될 당시 제기됐던 급여기준 손질의 필요성도, 이제 현실이 됐다(강진형 교수)"
옵디보(니볼루맙),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등 차세대 면역관문억제제들에 적응증 확대 행보와 병용전략을 통한 치료적 지위가 꾸준히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종양 학계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박인근 교수(길병원 종양내과)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간담회 자리에서 "면역항암제는 단독요법 뿐만 아니라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다른 기전의 면역치료제들과의 병용치료 효과가 입증되면서 다양한 임상시험들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규모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의 올해 학술회장에서 발표된 면역항암제 임상 진행 상황만 짚어봐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처방권에 진입한 옵디보, 키트루다, 티쎈트릭 등이 속한 PD-1/PD-L1 억제제 계열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 임상 트렌드는 2009년 첫 임상이 시작된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박 교수 발표에 따르면, 2012년(13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임상건수를 기록한 뒤부터 2013년(20건), 2014년(58건), 2015년(190건), 2016년(329건)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작년엔 469건으로 최다 병용 임상수를 나타냈다.
이들 임상에 등록된 환자수도 매년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계획된 임상시험 등록 환자수를 살펴보면, 2014년 처음으로 1만 1276명으로 환자수 만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2017년도엔 총 5만2539명으로 4배 이상 몸집이 불어났다.
박 교수는 "특히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효과를 입증한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을 보면, 펨브롤리주맙 단독임상인 Keynote-024 및 042를 제외하고는 Keynote-189 및 407, IMPower-150(아테졸리주맙), Checkmate-227(니볼루맙) 등 대부분이 병합요법 임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면역항암제와 기존 항암제를 병용하는 만큼 부작용 우려가 나오지만, 일부 결과에 의하면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더 심하지 않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 복합요법이 세포독성항암제와 비교해 독성이 더 높지 않고, 다른 기전의 치료제와 병용할 때 시너지를 일으 킬 수 있다는 이론을 토대로 면역항암제 병용 트렌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병용전략이 화두로 급부상한 것은, 면역항암제와 조합할 수 있는 항암 옵션의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수년 내 TMB와 PD-L1 발현율 활용, 암환자 세분화 가능할 것"
현재 면역항암제 병용 조합으로 CTLA-4 억제제 임상은 251건, 세포독성항암제(170건), 방사선치료(64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억제제(43건), 항암방사선치료(42건) 임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박인근 교수는 "바이오마커로 설정된 PD-L1 발현율 50% 이상인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 단독요법만 써도 충분하지만, 50% 미만에서는 초기부터 암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에 병합요법이 차선책으로 제시되고 있다"면서 "정확히 암종별로 어떤 바이오마커가 좋은지, 또 모든 암종에 적용시킬 수 있는 골드스탠다드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은 "최신 임상에서는 종양돌연변이부담(TMB)이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언급되고 있지만,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을 통해야 하고 돌연변이 갯수를 수치화하는 컷오프 값 설정에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TMB 관련 개발사 마다도 차이를 보이는데, 수년안에 전향적 연구 결과 등이 나오면 TMB와 PD-L1 발현율을 이용해 환자 세분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손주혁 홍보위원장(연세암병원 종양내과)은 "암치료 영역에서 면역항암제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과거 바이오마커가 중요했다면, 올해엔 치료 결과를 높이기 위한 병용요법이 주목을 받았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부기관 주도로 다양한 펀딩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관련 암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제고하고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