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외과 전문의 경력 11년차인 한양대구리병원 김민규 교수(42·외과)는 한때 대한외과학회 수련위원회 간사였다. 현재 외과학회가 추진 중인 커리큘럼을 마련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참여했지만 얼마 전 그는 책임지도전문의를 포기 선언을 하고 말았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 교수가 근무 중인 병원에 위암 수술 교수는 단 한명. 응급 수술이 잡혀 밤새 수술한 다음 날 오전부터 외래진료실을 지켜야 한다. 그의 외래진료 일정은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로 총 3일. 외래가 없는 날은 수술 일정으로 채워진다.
정규 근무시간은 오후 6시 퇴근이지만 현실은 한달 6회 당직 근무와 1주일에 2~3건 이상 잡히는 응급수술을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전공의는 주80시간 근무제에 맞춰 퇴근을 시키다보니 야간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까지 그의 업무가 됐다.
"전공의 특별법 제정 취지가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였던 것으로 안다.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이 높은 교수들이 환자 안전사고를 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책임지도전문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은 무리다."
올해 부교수 발령을 받은 그는 병원 내에서 외과 전문의로서 수술, 진료는 물론 연구에서도 퍼포먼스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전공의 교육에도 역량을 발휘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주 11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에 밀려드는 수술, 외래진료에 치이는 상황에서 교수와 전공의, 1:4 비율로 멘토-멘티를 맺고 집중관리 해야하는 책임지도전문의 역할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공의 교육을 하려면 적어도 3명 이상 모아 진행해야 하는데 전공의 오프 일정에 맞추다보면 교육을 할 수 없더라. 당직, 수술 스케쥴을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공의 시간에 맞춰 교육해 줄 별도의 책임지도전문의를 채용할 수도 없지 않나. 펠로우가 넘쳐나는 대형 대학병원은 몰라도 중소 대학병원은 불가능하다."
외과 전공의의 경우 책임지도전문의가 술기에 대한 역량 이외 연구 등 학술활동부터 사회관계 등 인성교육을 포함해 두루 지도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책임지도전문의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책임지도전문의를 채용할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과 더불어 지도전문의 기준을 낮춰 해당 교수 풀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전공의 주80시간 근무제도 정착이 안된 상황에서 교육부터 앞서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대형 대학병원은 가능할지 몰라도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 대학병원에선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