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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체계 개편 중대기로, 열쇠는 풀뿌리 의사 민심

발행날짜: 2018-07-16 06:00:55

김승택 심평원장 동행 취재 "권위 버리고 의료계 선배로서 의견 청취"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제도의 기본 틀 자체를 바꾸려는 획기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러한 문재인 케어 추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 받은 동시에 기관 자체로서도 설립 이래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는 이른바 '심평의학'이라고 불렸던 심사‧평가 체계를 의료계와 함께 개편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심사‧평가 체계 개편이라는 과제를 가장 앞장서서 해결해야 하는 이가 바로 김승택 심평원장이다. 이를 위해 김승택 심평원장은 이른바 풀뿌리 의심(醫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16개 시‧도 의약단체를 찾는 소통행보를 펼치고 있다.

김승택 심평원장은 창원지원을 방문해 본원이 위치한 강원도 원주시에서 공수한 닭강정을 나눠주며 직원들과 일일히 악수하며 격려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2일 소통행보의 일환으로 진행된 심평원 창원지원 탐방 및 경남 의약단체 간담회를 참석 하는 등 김승택 심평원장과 하루를 함께했다.

"심평원장이 아닌 의료계 선배로서…"

이날 오전 울산광역시 의약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후 심평원 창원지원으로 이동한 김승택 원장은 기자와 만나 심평원장이 아닌 의료계 선배로서 의견을 듣고 생각은 전한다고 말했다.

이미 심평원장이라는 직함이 가지고 있는 '권위'는 내려놓은 지 오래라는 것.

"제 나름대로 심평원에서 들어와서 느낀 부분과 의료현장에서 일하던 기억을 살려 각 의약단체와 가식 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이번 전국 16개 시‧도 의약단체 간담회는 심사‧평가 체계 개편을 앞두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을 직접 귀로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 가운데 김승택 원장은 가장 중요한 심사체계 개편에 있어 그동안 '심평의학'이라고 불리며 비판받아왔던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의학적 타당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심평원이 앞으로 틀에 박혀 있는 심사를 하지 않고, 조금 더 의학적 타당성과 자율성을 따지는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에 반해서 책임을 담보하는 문제를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의정협의체에서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의료계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에요."

그러면서 김승택 원장은 이번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은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저수가'를 인정한 정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나도 의료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어느 정부가 저수가를 인정했었나요. 정부도 현재 수가체계로는 안 되니 적정수가를 담보하고, 자율 진료를 이어나가고 하는 것이잖아요. 이를 위해서는 해묵은 과제인 의료전달체계부터 적정수가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장이 섰으니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윈윈(win-win) 했으면 좋겠어요. 심평원장이 아니라 의료계 선배로서 의약단체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왼쪽부터 심평원 창원지원 국선표 운영부장, 박인범 창원지원장, 김승택 원장.
"의료제도 좋은 기억 없다" 하소연 쏟아낸 의약단체

심평원 창원지원 방문 이 후 진행된 경남 의약단체와의 간담회. 이날 김승택 심평원장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기도 하다.

특히 김승택 심평원장은 지역 의약단체와의 간담회가 오히려 많은 것을 듣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긴장보다는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병‧의원을 직접 다니기는 힘들지만, 지역 의약단체장을 만나게 되면 비교적 솔직하게 말해서 좋은 것 같아요. 이미 전주와 인천 지역 의약단체와도 간담회를 했는데 만족하는 것을 느껴 보람을 느낍니다."

이 같은 웃음도 잠시,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의약단체장들은 심평원의 심사와 관련해 의료계의 신뢰 문제에 더해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민원을 쏟아 놓는다.

왼쪽부터 경남병원회 신희석 회장, 경남의사회 최성근 회장, 경남약사회 이원일 회장, 경남치과의사회 강도욱 회장.
특히 지역 의약단체장들 상당수는 물가상승률도 못한 '저수가' 문제를 가장 큰 현안으로 지적했다.

울산‧경남병원협회장인 신희석 경상대병원장은 "원가보장을 해준다고 했는데 수가인상률을 보면 지난 2년 간 물가인상률도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생각하면 병원들은 어려워져서 3~4년 버티기도 힘든 병원이 많다"며 "적정수가 보장 등 원론적으로 감사한 말이지만 의료제도가 정착되고 나서 의료계는 좋은 경험을 한 기억이 없다"고 날선 지적을 했다.

함께 참석한 경남의사회 최성근 회장(최성근 이비인후과의원) 역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적정수가를 말하지만 복지부는 손해 본 만큼만 보상해준다고 한다. 더구나 중소병원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결국 의사들은 복지부가 고시 하나만 하고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한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 지적에 대해 김승택 심평원장은 보건‧의료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전달하며, 의료계의 정책 참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역 의약단체장들의 질문에 답한다.

"보다 의료계가 보건‧의료 정책에 관여하시는 분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단체장이 3년 마다 바뀌면서 정부정책의 기조를 따라갈 수 없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문제인 것 같은데, 과거를 따지기 시작하면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개방된 사고를 가지고 심평원도 적극적으로 임할 테니 의료계도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 해요."

왼쪽부터 경남한의사회 조길환 회장, 경남병원회 신희석 회장, 김승택 심평원장, 경남의사회 최성근 회장, 경남약사회 이원일 회장, 경남치과의사회 강도욱 회장.
지역 단체장과의 간담회가 마무리된 직 후 김승택 심평원장은 문재인 케어인 정부 정책을 의료계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 의약단체와 웃음으로 간담회를 마쳤다.

"대통령이 직접 적정수가를 강조했으니 정부도 관심을 가질 거에요. 동시에 제도의 모순과 문제점을 제거하는 논의를 의료계도 정부와 가져야 하는 시점이죠. 문재인 케어로 의료계가 가진 숙원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심평원장이 아닌 의료계의 한사람으로서 저도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