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임상 및 유전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도입, 암환자에 대해 유전체 맞춤치료 시대를 열고 있다.
서울대병원 임상현장에선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서울대병원 고영일 교수(혈액종양내과)를 만나 들어봤다.
그는 "기존에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NGS검사를 실시한 환자의 데이터 1000건을 확보, 사이앱스라는 플랫폼에 표준화하는 작업을 마치고 최근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암환자의 맞춤 진료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8월말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하는 모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기반 암 유전자 패널 검사를 실시하는 환자에 대해 사이앱스를 적용해 진료할 예정"이라며 "주로 혈액종양,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이외 정밀의료센터 등에서 활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지금까지 혈액검사, CT, MRI 등에 의존해 암환자 치료를 결정했지만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는 "앞으로 캔서스캔, 리퀴드스캔 등 유전체 분석시스템을 통해 복잡한 다량의 정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에게 의학적 판단을 지원할 장비가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며 "사이앱스라는 플랫폼이 아쉬움을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암 환자를 예로 들면 선암, 림프종, 육종 등에 따라 치료방법을 달리한다. 여기에 유전체 데이터를 통해 동일한 선암일 경우에도 해당 환자에 보다 적합한 항암제 등 치료방법을 택할 수 있다.
고 교수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데이터를 진료실에서 한눈에 보면서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게됐다"며 "지금까지는 NSG검사를 하고도 환자에게 어떻게 보여줘야할 지 고민이었는데 앞으로는 용이해졌다"고 내다봤다.
암 환자 치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이앱스의 또 다른 장점은 의료진이 임상 유전체 데이터를 공유, 자연스럽게 다학제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상에서 의료진이 코멘트를 기재하고 이를 서로 공유하도록 돼 있어 굳이 오프라인상에 모여 회의를 열지 않더라도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통해 환자별로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확인해 암 치료결정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이앱스는 미국에서 개발한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사이앱스를 활용 중인 의료기관은 미국 25개주 300여곳 병원으로 연간 15만9000여건의 암환자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지만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 교수는 "사이앱스 규정상 데이터 상호 교류가 돼야 하는데 한국은 법적으로 차단돼 있어 아쉬움이 있다"며 "보다 많은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진료에 적용할 수 있다면 더 정확도를 높인 치료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