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으로 시행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 질환 확대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특히 정부는 52개인 대상 질환 항목을 최대 100개 가까이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4일과 16일 연달아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개선 실무협의체'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확대 논의에 돌입했다.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는 52개 경증질환에 대한 약제를 종합병원 이상급 의료기관에서 외래 처방받았을 경우 본인부담률이 높아지는 제도로, 지난 2011년 10월 시행됐다.
제도에 따르면 52개 경증질환의 경우 약제비 본인부담률이 상급종합병원은 50%, 종합병원은 40%로 높아진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에서 경증질환 환자가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현재 복지부는 최근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개선 요구에 협의체를 본격 가동해 52개 질환 항목을 최대 100개 안팎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 회의에 참여하는 한 의료계 관계자는 "52개 경증질환 대상 항목 확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복지부는 질환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대 100개에 가까운 항목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 병원계를 중심으로 강력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증질환 항목 확대의 경우 의료질평가 지원금과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전공의 수련과 연계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의료 질평가 지표에서 의료전달체계 영역에서 외래 경증질환 비율을 가장 크게 가중치를 둬 왔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에서 외래 경증질환 비율을 따지고 있는 만큼 대상 항목 확대 시 큰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의 효과가 미미한 것에 비해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은 수익 측면에서 생사를 좌우한다"며 "의료질평가 지원금과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구나 경증질환 항목 확대에 따른 약제비 본인부담율의 증가는 보장성에 약화를 준다"며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를 손봐야지 땜질 처방으로는 불편만 가중되고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