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으로 시행되고 있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 질환이 하반기 또는 내년부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 상정과 함께 관련 고시를 조만간 행정예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부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에 의견을 조회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개선 실무협의체'(이하 실무협의체)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개선안 작업을 진행해왔다.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는 52개 경증질환에 대한 약제를 종합병원 이상급 의료기관에서 외래 처방받았을 경우 본인부담률이 높아지는 제도로, 지난 2011년 10월 시행됐다.
제도에 따르면, 52개 경증질환에 한해 약제비 본인부담률이 상급종합병원은 50%, 종합병원은 40%로 높아진다. 의료전달체계 확립 차원에서 경증질환 환자가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효과분석 결과, 대형병원 쏠림 억제 효과가 미미한데다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더욱 낮아져 제도 확대 필요성 제기되고 있는 상황.
실제로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내원일수는 2010년 5.2%에서 5.6% 증가한데다 같은 기간 외래 진료비용 또한 17.5%에서 18.4%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내원일수는 79.5%에서 76.3%로, 외래 진료비용은 57.8%에서 55.4%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약 100개 질환까지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이달내 개선안을 건정심에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새롭게 포함되는 상병으로는 2011년 52개 경증질환 논의 마지막에 제외됐던 대상포진과 기타 척추병증, 칸디다증, 강박장애, 요도염 및 요도증후군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립선증식증, 무릎관절증, 바이러스 결막염, 바이러스사마귀, 치핵 및 항문주위정맥혈전증 등도 논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건정심과 함께 관련 고시를 행정예고한 뒤 빠르면 11월, 늦어도 내년부터는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실무협의체에 참석한 바 있는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약 100개 질환까지 경증질환 항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9월 내 건정심 안건으로 오를 것"이라며 "이 후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하는 등의 수순을 밞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병원계에서 의료질평가지원금과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경증상병 비율이 큰 영향을 끼친다"며 "예외 적용되는 경증질환의 경우 경증상병 비율에 포함되지 않도록 조치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그는 "결국 보장성 강화 정책이 진행되는데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복지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