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앞다퉈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두 공공기관은 각각 4억원과 2억 5000만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는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주제가 중복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8일 심평원과 건보공단에 따르면, 각각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수가개선방안 및 의료공급체계 개선모형 개발을 위한 연구를 최근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심평원은 2020년 3차 상대가치개편에 맞춰 전반적인 수가가산제도의 적정성을 검토‧평가해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가산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연구는 종별가산 등 가산제도 도입 목적 및 기준이 객관적인 타당성을 근거로 하기보다 다양한 정책적 필요에 따라 산발적으로 도입됐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따라서 심평원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40년 동안 유지해 온 종별가산을 필두로 전반적인 수가개선안을 4억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건보공단도 비슷한 시기에 '의료공급체계 개선모형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2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연구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건보공단은 의료기관 유형별 세부 기능 및 역할 정립, 의료기관 유형별 적정 기능 수행을 위한 질환(입원‧외래) 및 시술 등 질병군 분류체계 정립, 의료기관 유형별 정립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생각이다.
심평원이 수가가산 등 의료기관 제도 측면에 개선방안에 초점을 맞췄다면 건보공단은 의료공급체계라는 개념의 이론에 집중한 것이다.
건보공단 측은 "의료기관의 과잉 공급과 역할·기능이 혼재돼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의료체계의 건강성 확보를 위해 의료공급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능 기반 의료기관 유형의 구체적 구현 방안 등을 포함해 전반적 의료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고 연구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두 기관 모두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집중된 '중복연구'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심사평가연구소와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중복연구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공동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협력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두 기관 싱크탱크(Think Tank)인 심사평가연구소와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모두 중복연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았나"라며 "구체적인 연구 내용과 초점은 다르겠지만 주제 자체가 의료이용 및 전달체계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심평원의 연구는 복지부의 수가제도 개선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건보공단의 연구의 배경은 조금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가 의료정책은 없고 건강보험 정책만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전형적인 중복연구 사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