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동안 비판 받아온 진료 건별 심사에서 질병군별 경향심사를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지만 경향심사 전환과 함께 '동료의사평가제'(Peer Review)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제대로 된 심층심사'가 되겠냐는 우려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측은 '사전 조율이 전혀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심평원은 지난 19일 서울사무소에서 1차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이하 협의체, 위원장 이윤성)를 개최하고 그동안 내부적으로 마련해 온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개편안에는 정부 안팎에서 그동안 언급되던 경향심사 계획과 함께 동료의사평가제 로드맵도 함께 제시됐다.
심평원에 제시한 동료의사평가제는 대만과 함께 미국 사보험에서 실시하고 있는 동료심사기구(Peer Review Organization, 이하 PRO)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정기적으로 검토‧심사해 적정 의료수준을 보장하자는 제도로 볼 수 있다.
즉, 경향심사를 통해 비이상적인 진료가 감지되는 경우 동료의사평가제가 심층심사하겠다는 것.
심평원은 이 같은 동료의사평가제를 의료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Super review committee'와 전문분야, 지역‧권역별 동료심사평가위원회의 2단계 의사결정체계로 운영한다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동료의사평가제를 두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냐'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한 심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지방 A중소병원장은 "솔직히 지방 의사사회에서는 소위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는 사이"라며 "지역의사회랑 협업해 심층심사를 한다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료의사평가제에 참여하는 의사도 공정하게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심평원 지방 지원의 경우도 진료심사평가위원회 구성에도 차질을 빚는데 제대로 이를 운영할 수 있겠나"라며 "취지는 좋지만 실행까지 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협의체 도중 뛰쳐 나온 의사협회…가입자들 '황당'
의사협회는 경향심사 방침과 함께 동료의사평가제에 대한 내용이 공개되자 즉각 반발했다. 이날 진행된 1차 협의체 진행 도중 회의장을 뛰쳐나오며 '졸속' 진행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협회 변형규 보험이사는 "협의체 전에 관련 내용을 사전에 공개한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회의장에서 나왔다"며 "경향심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다고 해놓고 확실하게 가는 것으로 발표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사협회는 향후 심평원의 경향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전하기 위한 기자회견까지 예고했다.
반면, 일부 협의체 참석자들은 의사협회가 도중에 뛰쳐나가자 '황당'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공급자단체로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의사협회 쪽에서 중간에 경향심사 방안의 반대하면서 도중에 회의 불참의사를 전하자 일부 공급자단체는 의사협회가 반대하면 함께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지만 가입자 단체 측에서는 의사협회의 반응에 오히려 황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사실 심평원 경향심사 방안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주장하려고 하는데 도중 의사협회가 도리어 경향심사를 반대한다면서 먼저 회의장을 나가게 되니 황당하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심평원은 2차 협의체를 오는 10월 5일 개최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개편작업에 돌입할 예정으로, 2차 협의체 이전까지 회의 불참을 예고한 의사협회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