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을 위해 투약한 리도카인으로 호흡곤란과 경련 등이 일어난 환자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한 의사에게 4억원의 손해 배상 책임이 부과됐다.
즉각 119 등을 통해 호송하거나 에피네프린 등을 투약해 응급조치를 했어야 하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최근 리도카인 부작용으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의 성년후견인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의사의 책임을 70%로 명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1년 어머니와 함께 성형외과를 찾은 A씨가 지방세포 용해술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의사 B씨는 수면마취를 위해 케타민과 미다졸람을 투여한 뒤 국소마취를 위해 하트만 수액에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주사했다.
당시 양팔이 묶여 있던 A씨는 리도카인 투여 직후부터 양팔을 떨고 혈압이 상승하며 맥박이 빨라지는 증세가 나타났고 의사 B씨는 마취과 의사와 통화하며 A씨가 다른 환자들 보다 조금 더 움직이지만 수술을 못할 정도는 아니니 수술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A씨에게 국소 마취 및 지방세포 용해를 위해 준비한 투메센트 용액을 주입하자 A씨의 목 부위에 강직이 오면서 양팔과 양발을 떨고 무릎을 들썩거리며 전신에 발작이 일어났고 결국 수술을 시작한지 30분만에 다시 마취과 의사에게 전화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마취과 의사는 즉각적인 산소 공급을 조언했고 B씨는 에어웨이를 삽입하고 앰부백을 이용해 산소공급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마취과 의사가 병원에 도착했지만 맥박은 잡히지 않았고 마취과 의사는 기관내 삽관과 심장마사지를 시행한 뒤 에피네프린을 투여한 뒤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결국 환자는 중증도의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및 동작장애, 인지장애, 배뇨장애, 연하장애의 소견이 나타났고 결국 미성년자인 A씨를 대신해 후견인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진료기록 부실기재, 리도카인에 대한 사전 검사 미실시, 국소 마취제 투여상 과실에 대해서는 모두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수술을 진행하면서 마취과 전문의에 의한 감시를 시행하지 않은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리도카인 부작용에 대해서 즉각적인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사의 과실을 물었다.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상태가 나빠졌다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기초사실과 변론을 살펴보면 의사 B씨는 환자에게 경련이 발생했다면 즉시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충분히 경과 관찰을 했어야 한다"며 "또한 이후 활력 징후의 변화에 따라 기관내 삽관을 시행하거나 에피네프린을 투약하는 등 심정지를 예방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히 심정지가 발생했다면 기관내 삽관, 산소 공급,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며 "이로 인해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현재의 후유증이 유발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의사의 이러한 과실로 환자에게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를 모두 의사에게만 묻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만큼 손해배상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의사 A씨가 리도카인 부작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입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리도카인의 독성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는 점과 국소마취제로 인한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고 이 사건 시술 자체가 위험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히 A씨의 병원과 같이 소규모 병원에서는 마취 부작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종합해 볼때 의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