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레지던트 1년차 지원 현황 분석⑤|
반 백년의 역사동안 우리나라 여성의학의 역사를 써온 제일병원이 경영난으로 전공의들에게조차 외면당하는 상황을 맞았다.
수년 동안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적이 없던 산부인과에 인턴들이 단 한명도 원서를 넣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며 체념의 한숨을 쉬는 모습이다.
메디칼타임즈가 2019년도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28일 전국 8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지원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제일병원은 소아청소년과에서 2명, 산부인과에서 6명 등 총 8명의 전공의를 정원으로 내걸었지만 단 한명도 원서를 내지 않았다.
지난해인 2018년도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모두 정원을 채우고 2017년도와 2016년, 2015년, 2014년까지 단 한번도 미달조차 나지 않았던 것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제일병원은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국내 최초, 최고의 역사를 쓰던 여성전문병원으로 산부인과의 산실로 꼽혔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 전문의, 특히 난임과 여성암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인턴들의 지원이 이어지며 무리없이 정원을 채워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 1년만에 단 한명도 지원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그렇다면 이렇게 급작스럽게 분위기가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근 극심한 경영난이 수면 위로 올라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일병원은 올해 초부터 그동안 가려졌던 경영난과 노사 분쟁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연일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경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해 백방으로 매각처를 검토했지만 계속해서 무산되며 점점 더 위기로 몰렸고 이로 인해 결국 응급 분만을 비롯한 병원의 상당수 기능을 정지시키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았다.
특히 올해 말에는 간호사를 비롯한 행정직원 급여가 계속해서 체불되며 심각성이 부각됐고 10월 이후에는 교수들마저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충격을 줬다.
이로 인해 병원 노조는 파업과 보류를 이어가며 정상화를 촉구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결국 상당수 간호사들이 빠져나가면서 현재 병원은 간신히 외래 기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병원의 상황과 분위기가 그대로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되면서 인턴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지금같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올꺼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기대 아니냐"며 "병원 내부에서는 충격으로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우선 병원이 정상화가 돼야 교육이던 수련이던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현재 매각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중인 만큼 이후에 정상화 여부를 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