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로부터 3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이유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120만원 밖에 받지 않았다고 호소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개정된 행정 처분 기준을 감안할때 120만원을 받았다고 면허 정지 처분까지 내린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의사의 행정 처분을 취소하라는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7일 재판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보건복지부가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300만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의사 A씨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형사 재판에서 의사 A씨는 300만원이 아니라 12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고 복지부도 행정 소송에 앞서 처분의 이유를 120만원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처분 금액이 변경된 만큼 300만원을 기초로 내린 행정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120만원과 300만원은 금액이 2.5배나 차이가 나는데 300만원을 기준으로 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다는 판단이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를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면허 정지 처분 자체는 유효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것.
그러나 고등법원의 판단은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가 받은 금액에 비해 처분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 최종적인 결론이다.
재판부는 "의사가 영업사원에게 받은 리베이트가 120만원으로 소액이며 이미 형사 재판에서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며 "리베이트를 받고 의약품 처방을 바꿨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법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변경된 것도 주목했다. 과거 면허 정지가 가장 가벼운 형벌이었던 반면 지금은 경고 처분이 새롭게 생겨난 만큼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거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는 기소유예 처분에 그치더라도 벌금 500만원 미만의 판결 선고를 받은 경우와 같이 면허 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규칙에는 수수액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경고'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전반적인 행정처분 기준을 상향하는 한편, 수수 금액이 작아도 면허 정지 2개월이라는 일률적이고 과도한 처분을 내리던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리베이트를 받은 시점은 구 규칙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처분 당시에는 새로운 규칙이 나온 이후인 만큼 제재의 정도도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