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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상급종합병원은 왜 정신과 폐쇄병동을 줄이게 됐나

발행날짜: 2019-01-09 06:00:50

정신건강의학과, 대형병원서 입지 좁아져…상급종병 지정 기준 등에서도 소외
중증질환 분류 위한 정신분류체계 개발도 걸음마 단계 "대형병원 마지못해 운영"

|초점|설 자리를 잃어가는 대형병원 정신과

"최소한 원가는 보존해줘야 하지 않는가. 문 닫는 것이 당연하다."

제2의 임세원 교수 사태를 막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국회까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급종합병원 즉, 대형병원들이 정신건강의학과의 현실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경제적 이유로 대형병원들이 정신과 폐쇄병동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병원계에 따르면, 43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은 정신과 폐쇄병동 수를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

폐쇄병동이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자‧타해의 위험이 크거나, 집중 치료가 필요한 에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병동을 말한다. 약물 중독으로 의식이 혼탁한 경우, 자살 충동이나 폭력성이 심해진 경우, 전두엽 손상으로 인격 변화를 보이는 기질성뇌증후군 환자 등 급성 정신질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경제적 이유로 대형병원들이 폐쇄병동을 줄이면서 갈수록 정신과의 입지가 좁아 들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상급종합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상급종합병원의 정신과 폐쇄병동 병상 수는 1021개였지만 2018년에는 857개로 200개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대형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운영에 따른 수가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폐쇄병동 운영에 따라 지급되는 수가는 지난 2017년 9월 시행된 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 등이 전부다.

상급종합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운영 현황(자료제공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 A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적자가 계속 발생하니까 대형병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하다"며 "만성 정신질환자 중심의 일반 정신병원 병동과 급성 정신질환 중심의 종합병원의 병동은 차이가 존재하지만, 현재는 똑같은 병동수가가 적용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형병원 정신병원은 2~4주 정도의 초기 치료를 시행한 뒤 장기입원이 필요할 경우 일반 정신병원으로 전원하는 시스템"이라며 "현재 상급종합병원 중심 대형병원들은 마지못해 폐쇄병동을 포함한 정신과를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정신과 현실을 전했다.

중증질환서도 소외된 정신질환

정신과 의사들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의료기관 인증 시 폐쇄병동 운영 여부를 평가할 만한 지표가 부족한 점도 대형병원에서 입지가 좁아 드는 원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 수입과 직결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정신과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형병원 상에서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더구나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잣대인 중증질환 분류(전문진료질병군)에 정신질환 항목이 포함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정신환자분류체계'를 개발해야 하지만 마련하기는커녕 논의 단계인 실정이다.

또 다른 B대학병원 정신과 의사는 "정신질환의 경우 다른 전문과목과 비교했을 때 중증질환과 경증질환을 분류하기가 까다롭다"며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포함되는 중증질환 항목에 정신질환들이 많이 포함돼 있지 않다. 대형병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여부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정신과가 설 자리를 잃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심평원에서 지난해 한국형 정신환자분류체계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논의 단계인데 분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의료기관 인증에 폐쇄병동 운영 여부에 대한 기준도 포함해야 대형병원에서 정신과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운영됐던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중 상대평가 기준이다. 실제로 전문진료질병군 환자구성 비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신경정신의학회는 장기적으로 대형병원의 폐쇄병동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처럼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준하게 정신과 폐쇄병동도 보안요원과 간호인력, 전담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원가를 보전하기 위한 수가 설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경정신의학회 석정호 보험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는 "종합병원 정신과는 2~4주 초기치료를 담당하고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전원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환자의 치료계획을 세우고 중증환자를 돌보는 병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준하는 전문의 인력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된 수가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폐쇄병동의 경우도 많은 병원이 적자 때문에 없애려고 한다"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의료기관 인증 기준에 폐쇄병동 운영 여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제도개선이 미진한 상황"이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