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불법 PA(Physician Assistant)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놓자 대학병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없이 막연한 후문을 종합해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 단순한 추측으로 마치 해당 병원이 불법 PA의 온상으로 매도되는 것을 참지 않겠다는 의지다.
A대학병원 보직자는 23일 "불법 행위를 논하고자 한다면 구체적 근거와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확인되지도 않은 목격자 진술 하나만 가지고 병원 실명을 거론하며 마치 불법의 온상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절대 인정할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공의들이 종합했다는 자료를 보면 우리 병원은 마치 PA가 수술을 집도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대체 무엇을 근거로 이러한 자료를 냈는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전공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국 전공의 병원 평가를 실시하고 불법 PA의 실태를 고발했다.
평가에 따르면 전공의들 중 24.5%가 PA가 독립된 시술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고대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이 가장 심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10명 중 4명이 PA가 독립적으로 약을 처방하고 있다고 답한 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고대의료원 순으로 이러한 사례가 많다는 응답을 내놨다.
이로 인해 전공의들이 수련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으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불법 PA의 이러한 사례들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대전협의 주장.
그러나 여기에 이름이 언급된 병원들은 근거없는 악의적인 왜곡에 불과하다며 반박을 준비중에 있다.
B대학병원 보직자는 "불법 PA 문제에 대해 나도 들은 바가 많지만 이는 전공의 등 의료진이 부족해 메우기 위한 방편 아니냐"며 "우리 병원과 같이 교수와 전임의, 전공의가 풀(Full)로 차 있는 곳에서 이뤄지는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우리 병원은 수술 전 과정에 교수 집도가 의무화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간호사가 독립된 수술이나 시술을 집도한다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이라며 "교수가 없으면 수술이 시작조차 안되는데 무슨 독립 수술이냐"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병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강구중에 있는 상태다. 사실관계를 왜곡해 병원의 이미지와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병원들은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근거를 확보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A대병원 보직자는 "원내 회의 결과 이러한 문제를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라며 "미쳐 파악하지 못한 사례가 있는지 내부적인 점검을 진행한 뒤 대응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실제 우리 병원에 그러한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면 대체 전공의협의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런지 모르겠다"며 "법적인 문제를 포함해 반드시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공의협의회는 오히려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용기를 내서 이미 만연화된 불법 행위를 자정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러한 반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공개한 뒤 대전협으로도 많은 대학병원들이 항의와 비판을 쏟아냈다"며 "병원계 차원에서 자체적인 자정이 되지 않고 있어 용기내어 지적한 문제를 이렇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후배 의사로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전협의 목표는 이러한 PA문제를 고소, 고발로 문제를 풀어가기 보다는 다같이 함께 자정하고 바꿔보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 근절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법적으로 맞서고자 한다면 대전협 차원에서도 그동안 접수된 불법 사례들을 공개할 수 밖에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