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공공연한 불문율 중의 하나인 PA(Physician Assistant)에 대한 논란이 점점 더해가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그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전국 병원에서 매년 수백명의 PA를 늘려가면서 200여개의 병원에만 4000여명에 육박하는 간호사들이 합법과 불법의 위태로운 줄타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
병원간호사회는 전국 204개 회원 병원을 대상으로 PA 근무 실태와 배치 현황을 조사하고 13일 그 결과를 내놨다.
조사 결과 2017년 말을 기준으로 204개 병원에서 근무중인 PA간호사는 3815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도 조사에서 201개 병원에 3353명으로 파악된 것에 비하면 무려 500여명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서는 2921명이었으며 2010년에는 1009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약 7년만에 무려 4배 가량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는 역시 상급종합병원들의 수요가 큰 영향을 미쳤다. 4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중인 PA는 2175명으로 총 PA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종합병원에서는 125개 병원에서 1622명이 PA가 근무하고 있었다. 병원급에서는 18명 밖에는 되지 않았다.
병원간호사회 회원 병원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많다는 점에서 병원급에 대해서는 조사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목별로 보면 역시 외과계의 비중이 높았다. 수술보조인력으로 PA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목별로는 외과가 783명으로 가장 많았고 내과가 625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 과목들에서는 외과계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신경외과에서 근무중인 PA가 342명으로 집계됐고 정형외과가 341명, 비뇨기과 335명, 흉뷰외과 319명, 산부인과 237명 순으로 전공의 기피 과목들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204개 병원에 7명 밖에 되지 않았고 혈액종양내과 10명, 영상의학과 13명, 피부과 17명 등으로 내과 계열들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PA들이 간호부 내에도 속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간호사로 입사를 했지만 간호부에도 속하지 못한 채 의국 등에 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175명의 PA 중에서 간호부 소속은 1452명 밖에 되지 않았다. 의국 등에 속한 간호사들이 723명에 달하는 셈이다.
종합병원도 1622명 중 간호부 소속은 125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간호부가 아닌 타 부서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병원간호사회 연구진은 "인력조사에서도 보듯 PA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라며 "의료현장의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해 대응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PA들이 일반적으로 간호사 역할이 아닌 의사 대체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간호사는 간호사 역할로서 의료현장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