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총력대전을 선포한 후 회원 뜻을 묻기에 나선 대한의사협회. 단, 회원들이 원하지 않으면 투쟁을 않겠다고 했다.
투쟁 입장을 먼저 선언한 후 회원의 뜻을 묻는 의협의 움직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의협은 13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이달 중 전체 회원을 상대로 투쟁 당위성과 방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현 의료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내용과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시도의사회장단이 회원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집행부도 공감하기 때문에 전회원 여론수렴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2월 중 전 회원의 여론수렴을 하고 필요하다면 대의원총회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원의 뜻이 투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의협의 움직임에 환영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도의사회 임원은 "벌써 2월 중순인데 구체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으면서 회원의 뜻을 묻겠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며 "설문조사라면 대략적인 내용이라도 공개됐어야 생각이라도 해보고, 이야기라도 해볼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를 운운하는 것은 회원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밖에 없다"어 지적했다.
경기도 한 대의원은 "제대로 싸워볼 기회는 작년 5~6월이었다"라며 "이미 문 케어가 상당히 진행된 마당에 이전 집행부부터 줄기차게 요구했던 진찰료 30% 인상요구가 갑자기 받아들여진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회원 여론조사 자체가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한 진료과의사회 임원은 "투표 결과 파업 찬성이 나왔는데 대의원이 반대를 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어느 때보다 통합이 필요한 시점에 의견이 갈릴 수도 있는 위험부담도 있기 때문에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3만 회원에게 묻겠다고 하는데 5000명이나 6000명만 찬성하면 회원을 대표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