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의사들이 보장성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나섰다.
과별 특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속도전으로 일부 진료과목들이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다는 것. 적어도 균형 있는 적용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10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신경외과의사회 한동석 회장은 10일 "초음파와 MRI를 시작으로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하나의 정책을 시행한 뒤 문제와 부작용은 없는지 짚어보며 다음 걸음을 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실에 맞게 대안과 수정이 필요한데도 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 속도만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경외과의사회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당장 내년부터 척추 등에 대한 MRI가 급여권으로 들어가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무하다는 지적.
심장수술 재료를 판매했던 고어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해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이 무조건적인 정책 강행은 필수적으로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척추 MRI가 급여에 포함되는 순간부터 환자들은 조금만 허리가 뻐근해도 MRI검사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일 것"이라며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의사도 정부에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나 이렇게 수많은 항목들을 급여권에 어거지로 넣다보면 분명 타산이 맞지 않아 의사나 제조사들이 이를 외면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어느 누가 손해를 보면서 환자를 위해 이를 제공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수술을 위해 대부분이 일정 규모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신경외과의 특성도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의사회의 주장이다.
문재인 케어 보상안이 내과계 의원과 대학병원 중심으로 투입되고 있어 그 사이에 낀 신경외과들은 죽어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한동석 회장은 "내과나 소아과 등 의원들과 달리 신경외과는 의원급이라고 해도 직원이 10명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규모로는 병원급이지만 의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20병상만 운영해도 직원이 20명이 훌쩍 넘어간다는 점에서 수십 병상짜리 요양병원과 같은 형태로 굴러간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이 의원급 급여화에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응급, 중증 환자에 대한 보상안은 대학병원이 가져가고 만성질환관리 등 의원급 지원책은 전혀 해당이 없다는 점에서 그 사이에 끼어있는 신경외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토로다.
한 회장은 "적어도 망하지는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도 알고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지도 이해하지만 신경외과 의사들은 피부로 그러한 의지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적어도 과별 특성을 반영해 우리의 얘기라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