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 같이 사진 한 장 찍어요." "어르신, 4월부터는 은평으로 오셔야 해요."
62년 간 서울 동대문구 일대 서민들의 건강을 책임진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성바오로병원이 오늘(22일) 오전 진료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야심차게 추진한 '은평성모병원'이 4월부터 문을 열기로 하면서 그동안 청량리를 지켜온 성바오로병원을 폐원이 결정된 것이다.
폐원을 하루 앞 둔 21일 오후에 찾아간 성바오로병원은 새 병원 이전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병원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1944년 서울 제기동의 작은 ‘시약소(施藥所)’가 모태인 성바오로병원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1957년 현재의 청량리에 터전을 마련하면서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 지역 서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왔다.
특히 성바오로병원은 지난 1978년 5월 국내 최초의 심장전문센터인 한국순환기센터를 설립해 1982년 첫 개심수술을 성공한데 이어 국내 최초로 경흉부 심장 초음파 기기를 도입, 심장 수술 1000례 돌파 등 지난 30여 년 동안 국내 심장질환 치료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인근 회기동 경희의료원, 안암동 고려대병원, 상계동 백병원과 한양대병원 등 인근 대형병원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정체기를 맞이한 후 22일 오전 진료를 끝으로 폐원에 이르게 됐다. 이미 성바오로병원 부지가 중소형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 STS개발에 매각되면서 청량리 일대는 대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
이 같은 아쉬움 때문인지 교수들을 포함한 병원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순환기 및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성바오로병원을 추억하는 한편, 원무나 보험심사팀들은 이사 짐을 싸는 동시에 향후 계획을 논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또한 성바오로병원이 폐원 절차를 맞으면서 인근 문전약국은 이미 영업종료 전단을 붙이고 문을 굳게 닫았다.
성바오로병원의 한 직원은 "공식적으로 22일 오전진료를 마치고 오후에는 문을 닫고 이사 준비를 할 예정"이라며 "은평성모병원의 기대감이 있지만, 청량리 지역의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상당히 크다. 안내는 하고 있지만 새 병원과의 거리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바오로병원 본관 2층과 3층 수납창구에는 진료를 받기 위해 찾은 환자들로 여전했다. 수납창구에 있는 간호사들은 연신 환자들에게 병원 폐원과 함께 은평성모병원 이전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병원 로비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는 일부 환자들은 약봉지와 함께 은평구의 새 병원 위치를 안내한 전단을 들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한 환자는 성바오로병원 폐원을 안타까워하며 이제 어느 병원으로 발길을 돌릴지 고민하는 모습.
신경과를 찾았다는 한 어르신은 "청량리에서 살면서 이 병원만을 찾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난해부터 은평성모병원으로 이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폐원한다고 하니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 다른 병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는 "어머니가 치매로 고생하고 있는데, 주기적으로 성바오로병원을 찾는다"며 "고정적으로 진료를 처방을 받기 때문에 은평성모병원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계속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성바오로병원은 22일 오전 진료와 마무리 미사를 끝으로 공식 폐원할 예정이다. 이 후 1주일 간 이전을 준비한 뒤 4월부터는 은평성모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