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규모 간호사 채용을 예고하자 빅5 병원을 포함한 초대형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임상 경력을 쌓아온 핵심 간호사들의 인력 이동에 따른 업무 공백에 따른 우려에서다.
심평원은 지난 25일 2019년도 상반기 채용계획을 공개하고, 심사직 192명을 포함한 총 294명을 신규로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심평원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심평원 총 정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포함 3169명 중 현재 287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문 인력은 2223명으로 의사와 약사도 근무 중이지만 대부분은 간호사로 이뤄져 있다.
구체적으로 전문 인력 2223명 중 의사는 57명, 약사 95명, 간호사는 1940명으로 분포돼 있다. 여기에 심평원은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에서도 약 2/3를 심사직으로 뽑을 예정이다. 이 중 상당수는 경력 간호사 출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심평원은 심사직 간호사에서도 관련 업무 1년 이상 경력자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임상이나 심사 경력 또는 진료비 심사기관의 경력 등을 채용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면서 빅5 병원을 포함한 대형 대학병원 마저 볼멘소리가 쏟아지는 상황.
중소병원 출신 간호사가 대형병원으로 이직하면서 업무공백이 발생하는 것처럼 대형병원의 간호사가 심평원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5에 속하는 한 대형병원 간호부장은 "최근 초대형병원도 간호사 이탈이 극심하다"며 "심평원이 올해도 200명 가까이 경력 간호사를 채용하는데, 일각에서는 초대형병원 근무 경력 간호사는 채용의 우선순위라는 말이 많다. 특성 상 환자 증증도가 높기 때문에 진료비 심사에서도 업무 파악하는 수월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심평원이 3월에 경력직 간호사를 채용하는데 사실 이 시기가 가장 간호 인력이 부족한 때"라며 "업무공백 발생 시 신규 간호사로 대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환자 중증도가 높은 만큼 경력 간호사가 중요하다. 심평원으로 경력 간호사가 이직하는 것은 상당한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대형병원도 마찬가지.
또 다른 빅5병원 보험심사팀장은 "심사직 간호사보다는 3교대 간호부의 이직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의료현장에서 간호 인력 수급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사실 경력 간호사를 대규모로 많이 뽑는 것은 대형병원이 아닌 심평원"이라며 "심평원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선호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간호계 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무엇보다 병원서 근무하다 심평원으로 이직한 간호사가 현지조사를 맡으면서 이를 위해 병원을 다시 방문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 법률에서 제척사유가 있듯이 심평원 내에서도 이 같은 규칙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심평원은 신규 채용을 위한 원서접수를 내달 5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진행한다. 필기시험,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 발표는 5월 24일로, 6월 10일부터 근무를 하게 된다.
상반기 채용 인원의 근무지역은 강원도 원주와 서울·수도권 지역이지만, 오는 12월 심평원 제2사옥이 완공되면 전 직원은 원주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빅5 병원 경력 간호사 우선 채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심사직의 경우 의료기사와 의무기록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만 기존까지는 경력 간호사가 대부분인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