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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혈압 진단기준 너무 완만 조기관리 실패

발행날짜: 2019-04-03 12:00:55

삼성서울병원 이문규 교수팀, 1만여명 추적관찰 분석
미국 가이드라인 적용시 심혈관 질환 위험도 껑충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으로는 정상 범위인 수축기 혈압 130mmHg대 사람들도 심장병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축기 혈압이 130mmHg만 넘어가도 위험도가 크게 올라 미국 등은 이미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는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조기 관리에 허점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문규 교수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문규 교수팀은 최근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Korean Health and Genome Study)를 통해 40세 이상 70세 미만 1만 38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내용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미국심장저널에 실렸다(AMERICAN JOURNAL OF CARDIOLOGY 2019 1호).

분석 결과 우리나라 기준으로 고혈압 전 단계에 속하는 사람들도 심혈관계 질환 발병 가능성이 위험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는 지난 2017년 고혈압 진단기준을 수축기 혈압 130mmHg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기존처럼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이 돼야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 대상자의 고혈압 진단 기준을 미국과 같이 강화했을 때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전한 상황에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변경된 미국 기준에 맞춰 한국인들의 유전체 역학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축기 혈압 130mmHg 인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정상인(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보다 76.7%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급성 심근경색의 주요 요인이 되는 관상동맥 질환 위험도도 무려 80.7%나 높았다.

이러한 모든 원인을 더한 종합적인 사망 위험 또한 81.7%나 증가한 것도 확인됐다.

나이나 성별, LDL 콜레스테롤, 허리 둘레, 흡연력, 공복혈당 등 심혈관계 질환의 잠재적 위험 요소를 반영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정상 수치를 조금 넘어서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인으로 분류하는 120mmHg 이상 129mmHg 이하인 경우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50.6%나 늘어난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사람들의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도 47.2%나 높게 집계됐다. 결국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완전히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들도 심장병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문규 교수는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맞춰 한국인들의 심장병 위험도를 점검한 연구"라며 "혈압이 정상 기준을 조금만 벗어나도 발생 가능한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 우리나라 고혈압 진단 기준은 이러한 위험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국내 기준으로 고혈압 전 단계라 하더라도 조기에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개입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