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의료법 상 의료광고 규정(당시 제46조)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때문에 당시에는 의료기관 명칭, 전화번호 등 법으로 정한 현재의 위원장 직권 심의 정도의 사항만 광고가 가능했을 뿐 그 이상의 어떤 내용의 광고도 불가능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매체의 홍수 속에서 각종 불법(?) 의료광고가 범람했으며 여성잡지들 또한 불법 의료광고로 도배되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이런 의료광고가 불법이라고 탓하기가 쉽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시 의료법은 사회현실을 너무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의료광고 규정은 2005년 10월 27일위헌 결정이 내려졌고 2007년 1월 3일 의료법이 지금과 같은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 외에는 모든 내용을 광고할 수 있는 것으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의료광고는 일반 광고와는 달리 잘못된 소비자 현혹 내용으로 자칫 환자의 생명이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는 의료광고 내용에 대한 전문적인 감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 권한을 보건복지부에 부여하되, 실질적인 사전심의는 의료인 단체로 위탁하는 초기 의료광고사전심의제도를 함께 도입했고 2007년 4월 6일 전면적으로 사전심의가 시작되었다.
복지부에 의한 사전심의제도는 2015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되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의료광고 심의 주체인 보건복지부장관이 행하지 않고 그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료인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행하고 있지만, 의료광고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의 개입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하게 될 것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같은 의료인인 내가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의료광고가 다시 범람했다. 의과, 치과, 한방 의료광고 모두 마찬가지였다. 또다시 사전심의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팽배해졌다.
결국 약 2년 9개월간의 공백을 겪었던 의료광고 사전심의제가 2018년 9월 28일, 의료법 개정으로 다시 시작됐다.
행정권이 개입되지 않는 의료광고심의를 해야 합법
이번에 바뀐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과거의 우를 되풀이 하지 않았다. 정부의 의료인단체 위탁에 의한 사전검열이라는 성격을 아예 없애고 완전히 자율적인 방식으로 의료광고를 사전에 심의 하는 것으로 형태 자체가 바뀐 것이다.
개정된 의료광고제도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의료법 제 57 및 제 57의 2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운영 규정 3조 등에 의하면 총 24명이 의료광고심의위를 구성한다. 이 중 의료인이 16명, 비의료인이 8명이다. 법이 바뀌면서 규제가 완화된 면도 있지만 규제가 강화된 면도 없지 않다.
의료광고는 사실이나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한 것을 광고해야 한다. 과장된 내용이나 치료효과를 보장 하는 내용은 허용되지 않으며 남을 비방하는 내용이나 비교광고 등도 안된다. 광고 특성이 상품을 잘 포장하고 잘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기에 광고주(의사나 의료기관)나 광고를 대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과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객관적 근거가 없는 치료경험담이나 허용범위를 넘어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른 환자유인행위나 의료법 제56조 제2항에 따른 의료광고 금지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
참고로 최근 인터넷 그리고 핸드폰에서는 환자에게 올바른 성형 정보 등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똑O, 강OOO, 바OO, 로OOO, 모OO' 등이 성행하고,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무분별한 비급여 가격 할인, 이벤트 제공, 객관적인 근거없는 치료경험담 제공, 객관적 근거에 기하지 않은 의료기관 정보 제공 등의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의 내용이나 모집 행위는 건전한 의료시장 경제의 붕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순히 환자의 의료기관 진료 예약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 역시도 자칫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음을 부언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의료광고 자율심의제도가 다시 시작되었다. 의료광고 심의가 재개 되면서 급격히 심의 신청이 몰려들어 심의가 많이 적체 되었던 일이 있다. 평상시 3배 정도의 광고가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벌어진 문제였으나 의료광고 심의 위원들의 적극적인 심의와 의료광고 심의 직원의 연장근무, 휴일 근무, 인원 보강 등을 통해 적체되었던 의료광고 심의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율심의제도가 시작되면서 지난 2년여를 의료광고에 대한 규제가 없이 광고했던 의료기관에 대해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의료광고심의위원회는 6개월 동안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자율심의에 맞는 의료광고 심의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아울러 의협, 치협, 한의협 등 3개 단체가 공통의 심의 기준을 가지기 위한 조율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의료광고 심의기준에 대한 일부의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목적이 건전한 의료광고 문화조성 및 불법 과대 의료광고 사전예방, 의료광고 규제에 대한 의료인 단체의 자율성 제고, 의료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전환, 의료광고에 대한 의료단체의 전문성 제고 등에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의료광고는 다른 물품 광고에 비해 조금 더 엄격하게 제한을 두고 있는 편이다.
공정한 심의 위해 노력
더불어 광고 심의는 어렵지만 가능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국민이 오인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의료인들에게도 적절한 광고를 통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불법적인 의료광고를 하는 기관들에 대한 계도와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과 직원들이 항상 신속하고 공정한 심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는지 최근 시민단체 공동대표로 있는 분이 국회 토론회에서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활동을 살펴볼 때 외부인의 시각으로 편향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각 전문과목별 전문의를 비롯하여 의학적 기준으로 더욱 엄격히 심의하는 것을 지켜보았을 때 면허관리기구 또한 의협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의사면허기구 설립에 동의한 일이 있다.
필자는 의료광고자율심의는 전문가평가제, 자율징계권, 의사면허기구 등 의사들 자체적인 자율정화장치의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또 의료광고에 대한 심의는 엄격한 심의보다는 공정한 심의가 더욱 올바른 표현이라고 부언한다.
누군가를 심사하거나 평가 혹은 심판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법률에 명시되지 않거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 것은 분명하기에,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아닌 비전문가에 의해 행해질 수 밖에 없기에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자율심의를 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