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오승준 교수, 가이드라인과 괴리 지적 "SGLT2 출시 후 급변하는 임상 연구 뒤쳐지고 있다"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가 계속해서 출시되고 이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도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급여 기준은 여전히 10년전에 머물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분명과 제품명으로 개별적 허가와 등재를 진행하다 보니 복합제나 새로운 병용 요법 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과 지나치게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계열(Class) 등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내분비학회는 19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내분비 질환 급여 정책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는 복잡한 허가 기준과 급여 기준에 대해 지적하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 교수는 "당뇨병 약제가 계속해서 개발되면서 임상 가이드라인도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여전히 약제 일반 원칙을 사용하고 있다"며 "더욱이 보험급여기준도 식약처의 허가 사항을 바탕으로 하면서 가이드라인과 다른 길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나 개별 허가와 등재를 하다보니 같은 계열의 약제라도 출시 시기에 따라 허가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며 "결국 나중에 출시되는 약제가 보다 낮은 기준으로 허가가 나온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최신 임상 지견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의 적용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또한 앞으로 나올 복합제와 병용 요법 등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오승준 교수는 "2018년도에 발표된 미국 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만 해도 당뇨병 약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와 환자의 체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몇 년만에 가이드라인 컨셉이 완전히 뒤짚혔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개별 허가와 등재로 이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SGLT2가 나온 뒤 급여기준이 크게 바뀌면서 이제 매일 환자를 보는 교수들조차 복잡한 급여기준을 외우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디앙정 같은 복합제가 출시되면서 효능, 효과와 급여기준이 맞지 않는 케이스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시가를 예를 들어 미국은 식사와 운동으로 당뇨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로, 일본도 제1형 당뇨병으로 간단하게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대한 기준만 10줄이 넘어간다는 비판이다.
특히 경구약과 주사제간에 허가 기준과 급여 기준이 크게 다른 것도 이러한 부작용 중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상대적으로 오랜기간 임상적으로 효능이 증명된 경구약은 허가, 급여기준이 지나치게 복잡한 반면에 최근에 나오는 주사제는 극도로 간단하다는 것.
오 교수는 "릭수미아나 바이에타, 트루리시티 등 주사제의 경우 허가사항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조절이 안되는 당뇨병 환자로 미국 FDA 기준을 그대로 베낀 수준"이라며 "같은 식약처에서 허가를 내는데 주사제와 경구약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따라서 그는 하루 빨리 세계적인 흐름과 임상 연구 결과에 따라 허가 기준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급여기준과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들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계열별 허가, 등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오승준 교수는 "의사들도 제대로 외우지도 못하는 허가, 급여기준으로는 수준 높은 진료를 기대할 수 없다"며 "계열별 보험 급여 등에 대해 당뇨병학회와 내분비학회 등이 책임감 있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학회 내부에서 계열별 등재 등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적어도 전문가들이 창구를 하나로 통합하고 충분히 논의를 진행한 뒤 한 목소리를 내 의학적 타당성을 확보한 급여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