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립보건원 지원 20년 추적관찰 전향적 코호트 임상 발표 미신경학회지 LDL-C 70 미만 조절 출혈성 뇌졸중 2배 증가
전반적 치료 혜택이 클 것으로 기대했던 강력한 콜레스테롤 강하전략에도 이른바 패러독스(역설)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지혈증 환자에 나쁜 콜레스테롤로 분류되는 LDL-C 수치를 강력하게 낮추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임상근거들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년간 전향적으로 추적관찰을 진행한 대규모 코호트 임상결과는, 이러한 'LDL-C 패러독스'에 힘을 보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은 전향적 코호트 분석 임상은 최근 국제학술지인 신경학회지(Neurology) 4월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며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진행한 해당 임상은 '여성건강 평가 임상(Women's Health Study)' 자료를 근거로 20년간 2만8000명 대상의 대규모 최장기 코호트 추적관찰을 진행한 결과지였다.
이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70mg/dL 미만으로 너무 낮추는 것에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이러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게 나타났는데, 오히려 LDL-C 수치가 160 이상으로 높았던 환자에서는 위험도가 유의하게 높지 않았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더불어 중성지방(triglyceride) 수치가 너무 낮은 경우도 이러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은 증가했다.
주저자인 하바드의대 Pamela Rist 교수는 논문을 통해 "통상적으로 여성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게 조절할 경우 심근경색을 비롯한 뇌졸중 발생에 유의한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결과 출혈성 뇌졸중 위험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을 동반했거나 흡연 여성의 경우엔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DL-C 강하전략 'U자형 곡선' 주목 "70 미만 환자 출혈성 뇌졸중 증가 경향"
현재까지 보고된 LDL-C 강하 혜택은 다양한 임상근거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C' 수치가 낮고 LDL-C 수치가 높은 환자에서는, 허혈성 뇌졸중을 비롯한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느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데 공통된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임상결과들에선 LDL-C 수치를 너무 낮춰도 출혈성 뇌졸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이번 'Women's Health Study' 임상은 여성 환자군만을 대상으로 지난 2004년에 종료가 됐다. 이후 20여 년간 임상등록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관찰을 따로 진행한 결과였다.
참여자들에서 LDL-C를 비롯한 HDL-C, 총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지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 분석에는 대상 환자들의 연령과 흡연여부, 폐경 상태, 폐경호르몬 수치, 체질량지수(BMI), 당뇨병 및 고혈압 병력, 운동상태, 고지혈증약 복용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이 고려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비교적 젊은 연령대와 고지혈증약이나 고혈압약물을 복용하는 여성에서는 LDL-C 수치가 70 미만으로 아주 낮게 나왔다. 또한 이들은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폐경인 경우, 음주 습관이 잦은 경우가 많았다.
반면 LDL-C 수치가 160 이상으로 높게 나온 여성들에서는 고령 및 비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병력, 흡연, 고지혈증약과 폐경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왔던 것.
평균 19.3년의 추적관찰 기간, 총 137명이 출혈성 뇌졸중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뇌내출혈(ICH) 소견(85명)을 보였고, 뒤이어 지주막하 출혈(subarachnoid hemorrhage)이 43명이었다. 더욱이 총 1069명의 여성이 LDL-C 수치가 70 미만으로 출혈성 뇌졸중 발생 비율이 0.8%로 나타나 70 이상인 여성군 0.4%에 비해 두 배 정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출혈성 뇌졸중 발생이 'U자형 곡선'을 그리며 연관성을 보였다는 대목이다.
다변량 분석 결과 LDL-C 수치가 100~129.9mg/dL에 속한 여성 환자들보다 70 미만이 경우에서 출혈성 뇌졸중 발생이 2.17배 높아졌기 때문이다.
LDL-C 수치가 매우 높은 160 이상인 환자에서도 출혈성 뇌졸중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까지는 아니었다.
이외 LDL-C 수치가 70~99.9mg/dL이거나 130~159.9mg/dL에 포함된 여성에서도, 출혈성 뇌졸중 위험도는 유의한 수준까지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LDL-C 수치가 160 이상으로 높은 경우보다 70 미만으로 매우 낮은 여성에서 전반적으로 출혈성 뇌졸중이 높게 나온 것은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중성지방의 경우엔 공복시 74mg/dL 이하로 매우 낮게 유지된 여성 환자에서, 높은 여성 대비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두 배가 올라갔다. 특히 출혈성 뇌졸중 유형중 지주막하 출혈 경향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 밖에 HDL-C 또는 총 콜레스테롤 수치에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과 유의한 연관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잠재적인 작용기전은 아직 명확히 밝혀진게 없지만, 일부 혈관벽의 경화도와 연관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며 "해당 임상이 첫 시행된 때가 1990년대 초반임을 감안했을때 당시엔 스타틴 제제와 같은 강력한 지질강하제가 도입되기 전이라는 사실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후 낮은 콜레스테롤 수치에 장기적인 영향력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특히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여성과 약물 치료를 통해 지질 수치가 낮게 나온 경우를 구분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결과에 논평을 실은 존스홉킨스의대 심장내과 Erin D. Michos 교수는 "강력하게 LDL-C 수치를 조절하는데에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이 있어서 다양한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여러 질병역학적 코호트 임상에서도 해당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낮은 환자군에서는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근거들이 나오고 있다"며 "환자별 차이를 충분히 고려해야겠지만, 스타틴이나 지질강하제의 사용에 전반적인 죽상경화성심혈관질환(ASCVD) 예방 혜택이 고려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장기간 환자 예후에 대한 임상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