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 소비자단체와 복지부 입장 대립…의료단체 불참 경실련, 비급여 통제 강화해야…복지부 "의료계와 협의 바람직"
실손의료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와 심사평가원을 통한 비급여 통제가 소비자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보건당국은 의료기관 의무 부과에 난색을 표하면서 실손보험사의 서류 간소화 등 보험업계 개선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정무위원장)과 고용진 의원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재)소비자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패널토의에서 서울대 소비자학과 나종연 교수는 "의료계는 실손보험과 의료기관 간 관계없다는 주장이나 이는 어폐가 있다. 의료기관에 가면 실손보험 가입을 묻고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가 이뤄진다"면서 "의료계 이권도 중요하나 동시에 소비자 권리를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실손보험 의료기관 의무화를 주장했다.
소비자재단 이정수 사무국장은 "심사평가원이 대행하는 자동차보험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없다. 실손보험 간소화에 따른 정보 유출 의료계 우려는 과도하다"며 "병원에 가면 실손보험 가입을 묻는 문구를 써 붙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3400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한 상황에서 소액 다수 소비자의 피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주제발표에서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최재성 정책센터장은 의료기관 종별 근무하는 의사 5명 대상 심층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최재성 센터장은 "소비자들의 실손보험 청구 불만에 비해 의사들의 공감 정도는 떨어진다. 의사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모바일에 익숙치 않은 노인 환자들 불편, 행정비용 부담, 비급여 급여화 등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 자동자 보험과 유사 사례 경험을 통해 전반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 발생 가능한 우려에 대해 보완 설명을 제시했음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불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실손보험 간소화를 통해 의료기관 강한 통제를 주장했다.
경실련 윤철한 정책실장은 "비급여 노출로 인한 수입 감소와 진료정보 공개 우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반론할 필요도 없다"고 전제하고 "비급여 표준화 관련 심사평가원 간섭을 우려하나,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간섭해야 한다. 영리가 아닌 공익이익이면 의료산업 발전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감원과 금융위 등 제3기관 청구 대행은 반대 한다"면서 "금융 정보를 가진 금융당국이 의료정보까지 갖게 되면 정보 유출시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의료기관 청구 대행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하주식 보험과장은 "의료단체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실손보험 간소화를 보험사 위한 정책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제도 도입 시 소비자가 이익을 보고 보험사 손해율은 더욱 높아진다"면서 "오해를 풀고 잘못된 생각은 고쳐가야 한다. 실손보험 간소화 법안 통과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 이기주의를 꼬집었다.
고형우 의료보장관리과장은 "보험사에 요청하고 싶다. 소액 청구 서류 간소화 기준이 통일됐나. 진료비 영수증 하나만 해결되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진단서가 필요한 금액과 질병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의료기관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의무화보다 비용 지원 등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형우 과장은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비급여 관리 내용도 들어있다.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렵다.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소비자단체의 일방적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