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면허관리기구 설립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는 전문가평가제. 지금은 의사들의 도덕성과 윤리 및 자정기구를 담당하며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의사협회는 전문가평가제에 참여하는 시도의사회 수를 늘리고 대상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를 필두로 2차 시범사업 닻을 올린 것.
이와 관련 서울시 박유미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주사제 반복사용했던 다나의원 사건 등이 생길 때마다 의사회는 성명서를 내는 수준에서 그치고 스스로 자정 노력은 없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평가제는 강력한 견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업에 대해 보건소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의사회와 자치구의 소통도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라며 "의사회원 역시 사업 취지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평가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사회와 지자체, 보건소의 협력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 일선 보건소 소장들은 개인정보, 자료 공유의 한계 같은 우려들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 전문가평가제 출범식에 참석한 일선 보건소장들은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지적했다. 종로구보건소 임옥용 소장은 전문가평가제의 '빈틈'을 지적했다.
임 소장은 "민간 단체가 요구하는 서류를 보건소가 공유해줘야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고 의사회와 평가 대상 의사를 공동 조사하는 것에 대한 근거도 없다"라며 "시범사업을 설계하려면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평가 대상 선정을 위한 항목도 범위가 포괄적"이라며 "선진국형으로 세련되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진구보건소 이희영 소장은 전문가평가제 1차 시범사업에서 건수가 10건에 불과했던 이유가 개인정보 보호의 한계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전문가평가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공무원은 민간단체, 개인에게 개인정보를 줄 수 없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더 그렇다"라고 선을 그으며 "보건소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의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평구보건소 하현성 소장은 "시범사업 성과 지표를 건수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율정화가 목적이라면 자정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려점을 쏟아내자 복지부 손호준 의료자원정책과장 시범사업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메워 나가겠다고 했다.
손 과장은 "전문가평가제는 전문가의 자율징계라는 측면에서의 출발점"이라며 "제기된 우려들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시범사업이 잘 돼야 법적, 제도적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의사회 역시 시범사업 적극 참여 의지를 보였다.
성동구의사회 고선용 회장은 "보퉁 물의를 일으키는 의사를 보면 의사회 미가입인 경우가 많아 보건소에서 관련 정보를 적극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원구의사회 조문숙 회장도 "가장 바람직한 것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한다"라며 "환자가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하기까지 많은 시간 고민하고 망설인다. 의사들이 내편 감싸기 이런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