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별도로 규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응급구조사 직역 자체의 업무 범위를 개선하기도 전에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를 정했다가는 직역 존폐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벌써부터 병원 응급구조사의 역할이 무의미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퇴직을 권유하는 병원이 나타날 정도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서는 안정성과 유효성이 인정되는 일정범위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119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면서 이번 법률 개정은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 다른 의료관련 직업군과의 역할 중복·조정을 놓고 문제가 되고 있는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개선과는 관련 없는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되자 병원 응급구조사를 중심으로 의료계에서는 직역 자체의 존폐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응급구조사 전체에 대한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기도 전에 119구급대원 업무범위를 규정하면 응급구조사의 향후 진로 설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에서다.
현재 구급대원의 경우 응급구조사가 1급과 2급을 포함해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만을 규정할 경우 타 직역이 향후 대다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구조사협회에서는 해당 법률을 찬성한 바도 없는 가운데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응급구조사협회 측은 의견서를 통해 "먼저 소방법 개정을 통한 법률개정안에 대해, 항간에 떠도는 것과 달리, 응급구조사협회는 시범사업의 시행에만 찬성을 했고, 소방법개정에는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작고하기 약 1주전 구급대원 업무범위개정 시범사업 1차 회의 때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구급대원의 업무범위로 섞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면 이 회의를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병원 응급구조사들은 119구급대원만을 위한 업무범위 규정이 논의되자 "설 자리를 더 잃어가고 있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응급구조사협회 김건남 회장(전남대병원)은 "대부분 구급대원이 응급구조사임에도 불구하고 구급대원이 곧 응급구조사라는 인식은 없다"며 "119구급대원만을 대상으로 한 업무범위 규정은 향후 응급구조학 자체의 존립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더구나 병원에서는 최근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규정이 늦어지면서 업무가 없으니 퇴직을 권하는 사례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병원 신규채용에서는 땜질식 채용 외에는 채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