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 세미나서 공감대 형성…노조결성 기정사실화 내년 3월말 분수령…파급력 높이기 위한 방법론적 논의 돌입
"성과중심에 매몰된 지금의 의료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검사 많이하고 로봇수술 등 비급여 수술 건수가 많으면 명의로 인정받는 현재의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최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대학병원 교수들은 위와 같은 문제점에 의견을 같이하며 '(의사)노조' 결성방안을 논의했다.
과거 보수적인 집단으로 알려진 각 의과대학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조 결성 방안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교수들은 "지금까지는 의사노조가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논의했다면 이번에는 노조 결성은 기정사실로 둔 채 구체적인 노조 결성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노조 결성에 대해 갑론을박 논의하던 과거와는 분명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는 대학교수들이 노동조합 설립 금지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리면서 교수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앞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3월 31일까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초·중·고 교사만 노조활동이 가능했던 것에서 앞으로는 대학교수도 노조활동이 가능해진 것.
이제 전의교협의 고민은 어떤 방식의 노조가 사회에 파급력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
가령, 전체 대학교수 노조에 속해 의대교수 목소리를 낼 것인가 혹은 별도로 의과대학 교수들이 겪은 특이성을 고려해 별도의 노조를 결성할 것인가 등을 두고 효과적인 모델을 검토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전체 대학교수 노조에 합류하면 덩치를 키울 순 있지만 의료계 특수성을 어필하는데 한계가 있는 반면 의사노조로 하면 대학병원 의사에는 의과대학 교수 이외 전임의 등 임상교수의 권리를 주장할 순 있지만 사회적 파장은 다소 약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의대교수들이 노조 결성을 본격화하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의 비정상적인 대학병원 경영의 패턴을 바꿔보자는데 있다.
전의교협에 참여 중인 서울 A대학병원 교수는 "대학병원은 비영리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영리를 추구하는 진료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의료진이 반기를 들 수 없는 구조"라며 "교섭 단체가 되면 의료환경 개선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과거 대부분의 의사는 사측에 속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병원은 금융권의 도움으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증축하고 그 빚을 갚기위해 의료진에게 성과중심의 진료를 강요하고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수도권에 위치한 B대학병원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성과중심 의료를 지향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본다"며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스스로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 다"며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에 반응하지 않고 무관심하다가 결국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의료계 내부에서 자정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의교협 권성택 회장(서울대병원)은 "아직은 병원별로 지역별로 온도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노조 결성 여부를 논의하는 것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발전했다"며 "분명 한발 더 나아갔으며 내년 3월말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