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의사회, 여드름약 처방시 설명동의서 배포 계획에 불편한 기색 역력 "이미 하고 있다" "행정편의주의 적인 발상이다" 등 반발 심해
이달부터 가임기 여성 환자에게 특정계열 여드름약 등을 처방할 때는 약에 대한 위험성, 피임 등에 대한 설명을 꼭 해야 한다.
설명에 대한 강제성은 없지만 향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설명 동의를 받는 절차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여드름약 처방 주요 대상인 피부과는 의사회 차원에서 관련 서식을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임기 여성에게 피부질환 치료제인 레티노이드계 약을 처방할 때 반드시 임신을 확인하도록 하는 임신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레티노이드계 약은 중증 여드름 치료제인 '이소트레티노인', 손 습진 치료제 '알리트레티노인', 건선 치료제 '아시트레틴'을 성분으로 하는 경구제다.
임신 예방 프로그램에 따르면 의약사는 환자에게 기형 유발 위험성, 피임 기간 및 방법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 환자는 설명을 들은 후 해당 프로그램에 동의해야지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즉 의사와 약사는 환자가 임신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약을 처방, 조제해야 한다.
여드름약 처방을 주로 하는 피부과 의사들은 이미 가임기 여성에게 약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해오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설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서울 I피부과 원장은 "여드름, 건선 같은 피부 질환은 피부과뿐만 아니라 타과에서도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레티노이드계 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환자에게 설명을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일이 그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냥 국가 차원에서 캠페인 정도만 해도 되는 문젠데 의료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결국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은 의사가 져야 한다. 국가는 아무 책임이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서울 J피부과 원장도 "34년 전부터 써오던 약이었고 기형아 보고는 한 건 정도인데 저출산과 연관을 짓는다거나 다른 나라도 하고 있으니 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피부과 의사들은 이미 레티노이드계 약을 처방할 때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게 생활화돼있는데 굳이 환자 동의 절차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피부 질환을 주로 치료하고 있는 비뇨의학과 역시 레티노이드계 약 처방 시 관련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이미 해오고 있는 상황.
서울 T비뇨의학과 원장 역시 "가임기 환자에게 레티노이드계 약을 처방할 때는 관련 위험성 설명은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비뇨의학과는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 환자도 많기 때문에 설명은 필수"라고 말했다.
경기도 B비뇨의학과 원장은 "설명 동의서 서식을 만들어 외래에 두고 간호사가 설명하고 있다"라며 "레티노이드계 약 처방이 필요한 모든 대상에게 우선 설명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자체적으로 표준화된 설명 동의서를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피부과의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관련 협의체 회의에 참여해왔다"라며 "처음에는 여드름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가임기 여성에 대해서는 임신 확인 검사를 매번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환자 동의 절차를 의무화한다고 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절차와 방식은 의사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비화됐을 때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고지 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설명 동의서에 환자 사인은 받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