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C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근무시간은 주 138시간에 달한다. 이런 상태의 교수가 환자를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겠나."
대한흉부심장혈과외과학회(이사장 오태윤·이하 흉부외과학회)가 (가칭)외과계 전문의 특별법 담금질을 시작한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전문의 업무가 급증으로 번아웃 상태에 빠지면서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지경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흉부외과학회 오태윤 이사장은 14일 춘계 학술대회를 맞아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환자안전을 위해 전공의법 제정한 이후 전문의가 죽을 지경인 상황에서 수술에 임하고 있어 환자안전이 우려된다"며 "제도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조만간 현재 현직에서 활동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500~700여명을 대상으로 실태파악에 나설 계획"이라며 "추계학회 그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쳐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법 제정에 힘을 받으려면 의료현장의 심각성을 제시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할 것을 대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법 제정이 힘을 받고자 외과학회 등 외과계 학회들과도 공감대를 함께 해나갈 예정이다.
오 이사장은 "실태조사를 흉부외과 전문의만 대상으로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는 외과 전문의 전체의 문제로 외과학회 등 다른 학회와 연계해 실태조사 규모를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태조사의 핵심은 현재 외과계 의사들의 번아웃 상태가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며 "지난 2018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심각해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는 가령 5명이 10명이 해야할 업무를 소화하면서 건강에 위협을 받는 수준으로 인력을 늘림으로써 의사가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면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다.
앞서 전공의법 제정도 결국 전공의 근무환경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태에 빠져있다는 우려에서 시작한 만큼 전문의들의 이같은 목소리도 법, 제도 변화를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흉부외과 전공의들은 진료보조인력에 대해 타과 전공의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흉부외과학회가 흉부외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보조인력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4 혹은 7:3 수준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진료보조인력에 대해 반대입장인 것과는 사뭇 다른 견해다.
또한 흉부외과학회는 최근 외과 3년제 시행 이후 수련기간 단축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지난 2017년말 당시에는 수련기간 단축에 대해 반대의견이 우세했지만 외과계 중 다른 과목의 움직임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흉부외과학회 권오춘 회장(대구가톨릭)은 "전공의 수련기간은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해야하는데 외부적 요인에 따라 줄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지금의 문제를 3년제로 줄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