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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사업 16년만에 사실상 백지화

이창진
발행날짜: 2019-07-08 12:00:56

정기현 원장, 소음 이격거리 70% 부지 축소 "원지동 이전 불가"
현 부지·미공병단·세종 등 대안 제시 "교육·임상·정책 교수 트랙 검토"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서초구 원지동 이전사업 논의가 16년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의료원은 현 부지내 재건축과 인근 미공병단부지 신축, 세종 이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NMC 정기현 원장은 의료원 이전 사업과 공공의료대학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다는 입장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62,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얼마전 분석된 원지동 신축병원 전략 환경영향평가에서 경부고속도로 소음 이격거리(140m)로 현 부지의 71%를 축소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원지동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국립중앙의료원 동일 사안에 대한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이격거리 55m로 면적 부지 31% 축소 결과가 제시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 논의는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료원은 2003년 광명과 용인, 성남, 서울 등의 이전 후보지 관련 국립중앙의료원 상징성을 고려해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이전 건립을 발표했다.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으로 부지 재검토(2006년), 서울시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 재추진(2008년), KDI 적정성 검토와 예산 확보, 복지부-서울시 업무협약 체결(2014년), 문화재 매장 확인 문화재조사(2015년) 등을 진행했다.

또한 중앙감염병병원 설치에 따른 추가부지 확보 복지부와 의료원, 서울시 공동실무협의(2015년~2016년), 감염병병원 건립 반대 주민공청회(2018년~2019년) 등 많은 굴곡을 경험했다.

정기현 원장은 "2009년 사전환경성검토의 경우 소음 이격에 따른 31% 면적 축소에서, 올해 전략환경영향평가는 71% 면적 축소로 나왔다. 경부고속도로 소음을 감안하면 18층 규모 신축병원을 2층 이하로 해야 한다는 의미로 원지동 이전은 현재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참고로, 을지로 현 국립중앙의료원(466병상) 부지는 8341평, 원지동 현대화 사업(600병상) 부지는 2만 306평,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구축 사업(100병상) 부지는 8427평 등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정기현 원장은 "고속도로에 방음벽과 방음터널을 설치해도 병원건물 저층부 조망권 침해는 차지하더라도 수 백 억원의 추가 예산과 도로공사 협의 등이 필요하며 핵심인 소음 이격거리로 부지 축소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료원은 원지동 이전 대안으로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현 을지로 부지 내 재건축과 인근 미공병단 부지 이전, 행정도시 세종시 부지 및 남북 의료 협력 경기도 파주 이전 등이다.

이중 주목되는 대안은 현 을지로 부지 재건축과 미공병단 이전이다.

재건축은 현 의료원 부지 내에서 병원 건물 재건축을 의미한다.

중구청과 지역주민 대다수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에 반대하며 현행 유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의료원 인근에 위치한 미공병단은 주한미국 이전으로 현재 비어있다.

1만 2734평 규모 공시지가 4862억원(2018년 기준)으로 부지 반환 시 국방부 재산이며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서울 입지 유지와 병원 신축 주민 입장 등을 판단했을 때 정부의 정치적 결단만 선행되면 다각적으로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미군 사용 부지의 환경정화로 1~2년 이전이 미뤄질 수 있으나 이전 신축병원 환경평가와 설계 등과 동시 병행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03년부터 논의된 NMC 서초 원지도 이전은 소음 이격거리로 사실상 불발됐다. NMC 원지동 병원 조감도.
정기현 원장은 "국방부와 4~5차례 만남을 통해 미공병단 이전 문제를 논의했다. 국방부는 미공병단 부지의 공시지가 보전이 이뤄지면 의료원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줬다"면서 "정치적 결단이 선행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이전이 진행될 수 있다"며 긍정 평가했다.

세종시 이전은 세종시 반곡동 일대 3만 6000여명 부지로 저렴한 부지가격(917억원)과 행정도시 위치, 세종시 적극적 지원, 공공중심 혁신성장 거점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타 지역 이전에 따른 서울시와 서초구 반발과 의료수요 부족, 매몰 비용 발생, 지방 이전에 따른 임직원 동요 등 난관이 적잖은 실정이다.

정기현 원장은 "지난 16년간 지속된 원지동 이전 문제는 부지 축소로 불가능하다. 현 의료원 부지 내 재건축과 미공병단 이전, 세종시, 파주시 등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면서 "더 이상 의료원 이전사업을 미룰 수 없다. 서울시와 복지부의 신속한 결단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인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신설에 따른 실습병원 역할도 내부 논의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정기현 원장은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국립공공의료대학원 법안 의결에 대비해 의료원 내 별도 추진단을 구성해 실습병원 역할과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의료대학원으로 교수 정원은 최소 89명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의 교원 자격 기준에 입각해 교수 요건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의대생 교육과 임상, 공공의료 정책 등 세 가지 교원 트랙을 검토하고 있다"며 엄격한 기준에 입각한 공정한 교수 전환을 예고했다.

의료원 핵심 과제인 외과계 전공의 기근과 전문과 전문의 충원 여부도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신설과 맞물려 있다.

정기현 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원지동 이전 불가 상황과 을지로 현 부지와 미공병단 등 4개 대안을 제시하며 복지부와 서울시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정기현 원장은 "병원장과 전공의 호프 데이 등 격이 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신뢰감을 높여가고 있다. 일부 진료과 스탭 당직 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전문의 채용이 불가피하다.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이 확정되면 유능한 의료인력 채용이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전공의와 전문의 수급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임기 반환점을 지난 정 원장은 "지난 절반은 의료원 현황 파악과 각종 사건사고로 정신이 없었다. 남은 기간은 이전 문제와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정기현 원장은 끝으로 "국립중앙의료원 기능과 설정은 전체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와 분리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명실공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사람 중심의 체계 강화라는 위상과 기능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의료계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